미국 정치판 흔드는 반란... '민주사회주의' 돌풍 이유는 [세계는 왜?]

손효숙 2026. 7. 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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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보수포퓰리즘에 대한 반격
버니 샌더스와 풀뿌리 혁명의 만남
기성 정당에 실망한 젊은 세대가 주축
민주당 흔드는 '더티 브레이크' 전략
비판자 넘어 정책 대안 제시 과제도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격주 금요일에 만나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하나의 유령-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1848년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세상에 내놓은 '공산당선언'의 유명한 첫 구절입니다. 약 180년이 지난 지금 자본주의의 최첨병 미국의 대도시 곳곳에 '민주사회주의자(DSA)'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습니다. 2015년만 해도 회원 6,000명 수준의 '마이너리그'였지만, 지금은 10만 명 이상의 거대 조직을 거느린 새로운 정치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극단적 양극화와 불신이 팽배한 기성 정치의 폐허 위에서 이들은 변혁의 거점이 될 수 있을까요.


버니 샌더스의 유산과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지난달 18일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에서 열린 뉴욕 예비선거를 앞두고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실시된 뉴욕주 민주당 하원 예비선거(경선)에서 DSA의 대표 정치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진보 성향 후보 3인(브래드 랜더, 클레어 발데즈,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이 당 주류의 거물급 현역 의원들을 모두 꺾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맘다니의 뉴욕뿐만 아니라 다른 대도시에서도 DSA를 자처한 정치인들이 약진 중입니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콜로라도주 하원 예비선거에서도 에티오피아 이민자 출신의 29세 멜란 키로스가 15선 현역 하원의원인 다이애나 디겟(68)을 꺾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시애틀 시장에 당선돼 올해 1월 취임한 케이티 윌슨도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했고, 미국 수도 워싱턴 시장 선거 경선에서 선출된 재니스 루이스 조지도 DSA를 지지한다고 밝혔어요. 11월 실시될 LA 시장 결선 선거에도 DSA 회원인 니티아 라만이 진출한 상황입니다.

이 정치인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입니다. 샌더스 의원은 일찍이 자신의 정치 신념에 대해 "나에게 민주사회주의란 이 나라의 모든 공동체에서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요구하고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어요. 그는 2016년, 2020년 대선 캠페인을 거치며 오랫동안 미국을 지배해 온 '사회주의'에 대한 금기를 깨뜨렸죠. 많은 이가 그를 통해 대학 무상 교육,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고령자·장애인 등에 적용되는 미국 공공의료보험)' 같은 급진적 의제를 '비현실적인 공상'에서 '반드시 쟁취해야 할 정의'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이 뿌린 씨앗이 DSA 소속 정치인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셈이죠.


미국 주요 도시 DSA의 돌풍, 왜 지금일까

조란 맘다니(왼쪽) 뉴욕시장이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선거 야간 감시 파티에서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와 함께 축하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DSA는 스스로를 "미국 최대 사회주의 단체"로 설명합니다. 자본주의를 민주사회주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영리 법인으로 "일반 시민이 직장, 지역사회, 사회에서 진정한 발언권을 갖는 체제"를 지향합니다. 이들은 "우리는 생산과 운송 같은, 삶을 지배하는 핵심 경제 동력을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합니다.

마이클 카진 조지타운대 역사학 교수는 DSA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더 강한 공공서비스와 노조, 부유층에 대한 높은 세금을 갖춘 복지 국가를 추구한다"고 설명합니다. 맘다니 시장도 주거 안정화를 위해 임차인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시내버스를 무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죠. 그 외에 공공 보육을 제공하고, 203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뉴욕 시민들의 높은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지지해 왔습니다.

DSA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배경에는 민주당 주류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합니다. 청년들은 오랜 기간 '중도'를 표방하며 신자유주의적 타협에 머물러온 민주당이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고 주거 비용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아시크 시디크 DSA 공동의장은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동시에,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며 "많은 사람은 민주당 기득권층이 제대로 맞서 싸우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DSA의 인기는 유권자들이 기존 민주당이 현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데서 느끼는 좌절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 신기루로 변한 상황에서, 기성 정당이 보여준 무기력함은 시민들이 스스로 정치를 설계하자고 각성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거죠.

이는 소위 '트럼프 현상'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이민자 차별, 기후 위기 부정 등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권위주의적 퇴행을 목격한 젊은 세대는 '저항'을 넘어 '조직적 대안'을 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타자가 미국 좌파의 각성을 불러낸 것이죠. 영국 가디언은 DSA의 회원 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DSA에 대한 동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실망과 대응력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를 '일시적 일탈'로 치부했던 민주당 내 온건파와 달리, 이제 민주당 지지층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보다 근본적인 대응을 원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더티 브레이크', 풀뿌리와 결합하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DSA 회원들이 2018년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동계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 DSA 페이스북 캡처

DSA의 두드러진 특징은 기존 정치의 문법을 완전히 비틀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더티 브레이크(Dirty Break)' 전략입니다. 민주당의 당적을 활용해 선거에 출마하지만, 당 지도부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죠. 당의 간판을 빌리되, 권력을 잡은 다음에는 내용을 사회주의적 가치로 채우겠다는 겁니다. 이들은 민주당 경선에서 기성 정치인을 격파하며 '사회주의적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죠. 이런 행보가 기성 정치권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DSA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민주당 주류 세력과 DSA 사이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뉴욕 등 주요 거점 예비선거에서 DSA 지지 후보들이 승기를 잡자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죠. 온건파 민주당 싱크탱크인 '서드 웨이'의 짐 케슬러 전략가는 "만약 전국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DSA 후보들과 동일시하게 된다면 우리는 끝난 것"이라며, "상원도 이기지 못할 것이고 하원도 잃을 것이며, 2028년 대선 승리는 확실히 물 건너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DSA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어디까지 좌클릭시킬 수 있을지는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습니다.

과거의 좌파가 계급 문제에만 천착했다면 DSA는 인종, 성소수자 인권, 기후 위기, 반전 의제를 두루 엮고 있습니다. "불평등은 모든 차별의 뿌리"라는 논리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여기에 하향식 위계 구조를 거부하고 지역 지부 중심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은 이들이 왜 기성 정당보다 더 역동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시험대에 오른 '대안의 무게'

조란 맘다니(가운데) 뉴욕 시장이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연례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해 대열의 중심에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DSA의 앞날이 밝기만 한 건 아닙니다. 단순한 정치 운동을 넘어 '권력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죠. DAS 소속 정치인들은 비판자의 위치를 벗어나 '정책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AP통신은 "유권자들이 이제 이들을 '급진적 선동가'가 아닌 '독립적인 사고를 가진 공직자'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의 정책이 주거비나 경제난 같은 일상적인 고민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지역에서 주거 문제나 의료 복지의 실질적 변화를 일궈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들을 향한 열기도 지속되기 어렵겠죠.

'극단적 사회주의'라는 보수 진영의 프레임 공세를 어떻게 대중적 언어로 방어하고, 외연을 확장할 것인가도 이들이 풀어야 할 난제입니다. 당장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마이크 마리넬라 대변인은 "안전한 지역구든 경쟁이 치열한 지역구든, 이제 하원 민주당원들은 급진파들의 명령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어요.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캠페인에서 DSA를 민주당 공격의 구실로 삼으려는 듯 자신의 트루스소셜과 공식 연설 등을 통해 "DSA는 250년 역사상 우리나라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며 "주류 민주당원들이 이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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