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410원' 간극.. 누구 손 들어줘야 하나

정용진 2026. 7.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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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노동계 "생계비 반영" vs 경영계 "경영 부담"
3차 수정안 제시에도 최저임금 격차 1410원 유지
법정 심의기한 넘긴 최임위, 추가 협상 이어져
반복되는 줄다리기…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시험대
[지데일리]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다시 한 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공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고 있지만 합의의 문턱은 여전히 멀다. 근로자의 생계와 기업의 생존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가운데,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최저임금 논의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3차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시급 1만1800원을, 경영계는 1만390원을 요구했다. 양측의 격차는 1410원으로 이전보다 좁혀졌지만, 서로가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지속된 물가 상승과 높아진 실태생계비를 근거로 충분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외식비와 주거비, 공공요금 등 생활 필수비용이 빠르게 증가한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임금으로는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소비 여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소득 불평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를 활성화해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반면 경영계는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맞선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크게 오르면 영세 사업장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자영업 폐업이 늘어나고 금융권 대출 부담도 커진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고용 축소와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최저임금 논의의 특징이다.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외면할 수도 없고,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사업주의 현실 역시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최저임금은 사회적 안전망이자 경제정책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갈등이 제도에 대한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역시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가운데 추가 수정안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중순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종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노사 간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더 큰 의문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가 급변하는 경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다. 물가와 생산성, 경제성장률, 고용 상황, 지역별 생활비와 업종별 수익성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이 계속 적절한지, 업종이나 지역별 차등 적용 논의를 더욱 본격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인건비 부담이 고용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매년 반복된다. 그러나 어느 쪽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지는 경제 여건과 산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상률 자체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최저임금은 숫자 하나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다. 노사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지 않는다면 갈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협상이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될지뿐 아니라 현행 결정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