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시 브랜드는 그림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전남일보 2026. 7.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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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 4기를 선물로 안아 든 전남광주특별시가 1일 공식 출범한다. 사진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기존 광주광역시청 현판이 '전남광주특별시청'으로 교체되고 있는 모습. 판영석 기자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정식 상징체계(CI) 없이 출범했다. 새 도시의 공식 로고는 없고, 정식 CI가 마련될 때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명칭만 사용하기로 했다. 앞서 열린 임시 CI 공모에는 417점이 몰렸지만, 인수위 제안 이후 활용 계획은 철회됐다. 당선작은 정식 CI 제작 과정에서 참고하는 수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임시 로고'라는 발상부터 아이러니했다. 짧은 기간 쓸 상징물을, 그것도 공론화 없이 출범 일정에 맞춰 서둘러 정하려 했다. 문제의 뿌리는 로고의 유무가 아니라 로고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우리는 디자인을 흔히 '미(美)'의 문제로 여기지만, 도시의 상징체계는 예쁜 그림이 아니라 설계이자 구조다. 도시가 무엇을 지향하고, 흩어진 시민을 어떤 이야기로 묶으며,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어떤 질서로 드러낼지 정하는 뼈대다. 그것을 백일장 열듯 상금 걸어 뽑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모순은 숫자에서 드러난다. 시상금은 700만원인데, 두 시·도가 임시 상징물 제작과 활용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각각 1억7000만원, 모두 3억4000만원 규모였다. 임시 로고를 깃발과 표지판, 홍보물에 붙였다가 정식 CI가 나오면 다시 교체해야 하는 구조였다. 반면 전남광주통합시교육청은 "짧게 쓸 상징에 예산을 쓸 수 없다"며 기존 로고 병기를 일찌감치 택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갈린 판단이 행정의 수준을 드러낸다.

무책임은 규정에도 배어 있었다. 공모는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하면서도 저작권 분쟁의 민·형사 책임을 응모자에게 떠넘겼다. 실제 공개검증 과정에서 이의제기가 접수돼 당선작 발표까지 미뤄졌다. 공공 상징물의 검증 책임을 공모 참여자에게만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광주의 시선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차로 30분만 나가면 어제까지 다른 행정구역이던 곳이고, 저 땅끝 섬마을은 또 어떻게 품을 것인가. 간판을 갈고 로고 하나를 붙인다고 새 도시가 되지 않는다. '빛의 도시'를 내걸고 LED 조형물을 늘려온 광주는 비만 오면 보수비가 불어나는 모순을 수없이 보지 않았는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는 예산이 몰리지만, 그것을 지탱할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는 늘 뒷전이다.

스스로 시스템에 기반한 빛을 내지 못하면 밖에서 날아드는 조롱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시장은 100일 안에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로 정식 CI를 만들겠다고 했다. 방향은 옳다. 다만 417팀의 시간을 '참고용'으로 격하하고 상금 지급조차 미정인 지금, 시민의 신뢰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통합의 성공은 겉모습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와 이야기, 그리고 그 상징을 매일 마주할 시민의 인식을 얼마나 촘촘히 엮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로고 하나가 아니라, 도시를 운영하는 새로운 행정의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