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 퇴장’ 발로건 원맨쇼, 그래도 미국은 웃었다···보스니아 2-0 제압 ‘3개 개최국 모두 16강행’

영웅에서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미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이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이 선제골을 넣고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꺾고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이로써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공동 개최국 3개국이 모두 토너먼트 첫 관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 클라라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2-0으로 꺾었다. 개최국 미국이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미국 축구 역사로도 월드컵 토너먼트 두 번째 승리다. 미국은 이날 세네갈에 0-2로 밀리다 3-2 역전승을 거둔 벨기에와 7일 오전 9시 시애틀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발로건이었다. 미국은 전반 내내 보스니아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에딘 제코를 앞세운 보스니아의 역습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주장 팀 림의 빠른 차단에서 시작된 공격이 흐름을 바꿨다. 말리크 틸먼의 침투 패스가상대 수비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볼을 받은 발로건이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미국에 귀중한 선제골을 안겼다.

전반 막판 슈팅이 골대를 때리기도 했던 발로건의 영웅같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19분 발로건은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와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발을 밟았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VAR 판독이 진행됐고 주심은 판정을 번복해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발로건은 2006 독일월드컵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은 뒤 마르코 마테라치를 박치기로 가격해 퇴장당했던 프랑스 지네딘 지단 이후 20년 만에 다시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골 넣고 퇴장된 선수로 기록됐다.
수적 열세에도 미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곧바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이용해 선수들을 그라운드 한가운데로 불러 모았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하나의 팀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순간”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미국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후반 37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틸먼이 절묘하게 감아 차 추가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미국은 10분이 넘는 추가시간 동안 보스니아의 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며 역사적인 승리를 지켜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월드컵 경기는 없다. 오늘은 단순히 승리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승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발로건의 퇴장은 큰 논란을 낳았다. ESPN은 “발로건이 상대 발을 밟은 장면은 있었지만 의도성이 명확하지 않아 레드카드가 과도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SNS에서도 “절대 퇴장이 아니다”, “VAR이 경기를 망쳤다”, “발이 미끄러진 장면인데 지나친 판정”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미국은 이번 대회 3골을 기록한 발로건 없이 벨기에와의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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