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거래처럼, 거래를 전쟁처럼···전쟁 거치며 ‘동맹’ 잃은 트럼프 [미·이란 전쟁이 드러낸 3개의 균열]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란은 전쟁을 거치며 막대한 군사·경제적 피해를 입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새로운 억지력과 동결 자금 해제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얻은 것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잃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번 전쟁을 거치며 ‘동맹’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앞세우다 동맹국과 멀어졌다. 또한 종전을 급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지키지 못해 이란과의 후속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거래’ 내세운 트럼프, 전쟁에서는 도움 요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통적 동맹국들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왔다. 이념과 가치 등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동맹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판단하는 ‘거래식 외교’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래식 외교를 앞세워 동맹의 가치를 축소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이후 동맹국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란을 공습한 후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외면했다. 또한 영국은 자국 내 미군 기지 사용을 불허했다가 방어적 목적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으며 이탈리아도 미군의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한 뒤에도 “나토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양국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과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 자금 대신 중동과 아시아 등의 민간 자금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자금 조달 방식 역시 전쟁의 대가를 동맹국에 떠넘기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맹국들의 냉담한 반응은 그간 각국에 거래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 외교의 대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태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동맹 관계를 약화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제대로 비용을 치르는 단계”라며 “동맹국으로서는 ‘거래’를 내세우며 피해만 입히다가 필요할 때만 손을 벌리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동맹국 외면, 이란과 합의 이후에도 영향
전쟁으로 드러난 동맹의 균열은 향후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십년간 이란 문제에 관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유럽 국가들이 돌아서면서 향후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존 알터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책임자는 분석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JCPOA)에는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서명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고 합의 유지를 위한 조처를 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미·이란 합의에 이런 국가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쟁 중 직접 피해를 본 걸프 국가들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축소하고, 더 나아가 이란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이란의 입지가 강화한 상황에서 걸프 국가들이 이란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대니얼 바이먼 조지타운대 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동맹국들과 협의하지 않았고, 공격 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병력 파견 등 비현실적이고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구를 했다”며 “이러한 누적된 영향으로 인해 미국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으며 이란과 구체적 합의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썼다.
파트너로 끌어들였지만···종전 협상 뇌관된 이스라엘

종전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된 이스라엘도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정책에서 패착을 드러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협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며 이스라엘이 미국의 대등한 군사 파트너로서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협의 없이 서둘러 MOU를 체결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네타냐후 총리 ‘패싱’은 이란과 후속 협상에서 악재로 돌아왔다. 이스라엘이 MOU 체결 이후에도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공격하고 레바논에서의 철군을 거부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후속 협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란과 후속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통제하는 것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8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공격을 이어간 것에 격노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쳤다”는 표현을 쓰며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에도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의 지하 터널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립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이번 전쟁에서의 협력을 통해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미국의 (군사적) 파트너 지위에까지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금지한 행동을 이스라엘이 계속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 고려 없는 외교, 스스로 수렁 빠져든 트럼프
동맹을 무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전쟁의 여파는 미국 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미국 성인 1262명을 상대로 시행해 지난달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4%만이 이란과 전쟁에 ‘비용’을 치를 가치가 있었다고 답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4%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실책에 대한 평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차 교수는 “전쟁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적 평판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미국 군사력의 한계까지 드러냈다”며 “미국의 전쟁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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