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거품?… 해외서 쏟아지는 경계령
1일 코스피가 2.04% 하락한 8303.41에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가 5.84%, SK하이닉스가 3.40% 하락해 코스피보다 낙폭이 컸다. 앞서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공장) 등을 세우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정부가 발표했지만 외국인이 계속 반도체 ‘투 톱’을 중심으로 팔면서 주식시장의 온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최근 해외에서 나오는 한국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29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이에 상반기 말이 끝나서 외국인의 리밸런싱(투자 비율 조정)이 마무리될 때가 됐는데도 계속 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외국인은 전날엔 하루 역대 최대치인 7조700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도만 7조원이 넘었다.
외국인 매도세에 1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5원 오른 1554.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2009년 3월 5일(1568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 반도체 쏠림 경고 잇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월가의 유명 투자자이자, 당시를 그린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가 지난달 30일 “현재 상승장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지출”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종말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미 CNBC가 보도했다. 투자자들은 한국발 투자 모멘텀이 지금의 상승을 떠받치고 있지만, 그 동력이 꺼지는 것은 시점의 문제라는 얘기로 해석하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정부가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서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자체 연구 기관인 블랙록 투자연구소(BII)는 지난달 30일 한국 등 신흥 시장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은 TSMC가 증시를 주도하는 구조가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장 부아뱅 BII 소장은 “대만과 한국 주식 시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가 큰, 소수의 AI(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며 “여러 시장이 동일한 공급망 밸류체인에 묶여 있을 때 지리적 다변화는 집중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투자자문사 BCA리서치도 “한국 증시는 반도체 모멘텀과 급증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에 힘입어 글로벌 랠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반영한 시장”이라며 “결국 공포가 탐욕을 압도할 수 있고, 개인도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 증시는 거품 상태일 가능성 또한 크다”며 “AI 거품 붕괴 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 우량주 찾아야”
부정적인 언급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 증시가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전략가는 1일 “한국 증시는 더 이상 지수만 추종해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AI 반도체 대형주를 선별적으로 보유하는 동시에 아직 재평가되지 않은 ‘잠자는 호랑이’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호랑이는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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