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혐오 밈에 물든 청소년

지역 비하나 고인 조롱 등 혐오를 담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은 더는 10대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교사 177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교·교실에서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목격한 적 있다’는 답이 80.2%로 나타났다. 관련 사례로는 전현직 대통령 비하(50.4%)가 가장 많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되던 혐오 밈은 이처럼 10대의 일상 어휘와 ‘극우놀이’로 둔갑했다. ‘MH 세대’(무현 세대)’라며 조롱 섞인 타이틀을 자처하는 10대도 있다.
10대들은 주로 온라인 게임 등 일상에서 짧은 영상과 패러디 이미지, 유행어 등으로 혐오를 경험한다. 공동체적 소속감을 통해 다른 이들과 연결되고, 함의도 모른 채 잘못된 세계관에 빠져든다. 온라인 플랫폼은 극단주의적 콘텐츠로 10대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SNS는 이런 노출을 강화해온 게 작금의 현실이다. 혐오를 양산·확산해온 기성세대, 특히 갈라치기에 능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한쪽은 10대의 극우놀이를 세력화에 적극 이용했고, 다른 쪽에선 이들을 극우로 낙인찍고 배척했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한 호주에 이어 영국,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도 동참할 태세다. 혐오 밈이 온라인 음지를 벗어나 일상의 양지에서 기승을 부리는데, 우리도 방관할 때는 아니다. 국회에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 이용 시간 설정 등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정치권부터 나서길 바란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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