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한국 정부, 쿠팡 차별적 규제…中서 노트북 회수 작전까지 요구”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7. 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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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의회의 공식 조사 보고서로까지 확대됐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규제하고 최근 체결된 한·미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 상하이 강에 버려진 노트북을 잠수부를 동원해 회수하도록 쿠팡에 요구하는 등 과도한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쿠팡은 330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공개하고 사과한 뒤 박대준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쿠팡 측이 제출한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이후 조사 결과 실제 유출은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 한 명이 고객 3000명의 정보를 빼낸 제한적인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전달받고도 쿠팡을 상대로 11개 정부 기관을 통한 40건의 조사와 수천 건의 자료 제출 요구, 과도한 과징금 부과, 미국 시민권자인 해럴드 로저스 임시 CEO에 대한 형사처벌 및 출국 금지 위협 등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쿠팡 전직 직원이 상하이 강에 버린 노트북 회수 과정이다. 위원회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중국법상 직접 활동할 수 없다’며 쿠팡에 자체적으로 노트북을 회수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지난해 12월 직원을 상하이로 보내 해당 직원으로부터 데스크톱과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자백서 등을 넘겨받았지만, 국정원이 노트북 회수까지 요구하면서 잠수부를 고용해 강바닥에서 ‘맥북 에어’를 인양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회수된 노트북과 자백서, 지문 등은 현장에서 대기하던 국정원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이 관계자는 이를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으로 가져갔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또한 쿠팡 직원은 전달 과정이 CCTV에 촬영되지 않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후 국정원이 관련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했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메시지와 국정원 공문, 230여 차례의 통화 기록, 관계자 증언 등을 확보했다며 “당시 이재명 대통령도 해당 작전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로저스 CEO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조치했다”고 증언한 뒤 한국 정부가 위증 혐의와 출국금지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관련 절차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제기된 내용은 지난해 말부터 쿠팡과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진실 공방을 벌여온 사안이다. 당시 국정원은 쿠팡이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노트북을 회수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정원은 쿠팡에 어떠한 지시나 명령, 승인도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권한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실무진 간 정보 공유와 협의는 있었지만, 이는 국가 안보 차원의 정보 협조였을 뿐 증거 확보나 조사 과정을 지휘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쿠팡이 “실제 유출은 3000건에 불과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민관 합동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쿠팡이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았고 관련 기록 보존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국회 청문회에서 로저스 CEO가 국정원 지시를 언급한 증언에 대해서도 위증 여부를 검토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쿠팡에 4억1000만달러(약 63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쿠팡 측 주장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쿠팡에 대한 과징금 역시 “쿠팡의 지난해 순이익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한국 경쟁사들에 비해 현저히 무거운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SK텔레콤이 약 2700만명 정보 유출 사건으로 9700만달러(약 1494억원), 카카오가 약 4000만 계정 유출 사건으로 1100만달러(약 169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사례와도 비교했다. 위원회는 이러한 규제 결과 쿠팡 시가총액이 40% 이상 감소했으며 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구글 지도 서비스 제한을 비롯해 구글, 넷플릭스, 메타, 애플, 오픈AI 등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해왔다며, 디지털 규제를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지난해 재협상된 한미 무역 협상에서 약속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차별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반년 넘게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통상 현안으로 이어지는 동안 한국 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쿠팡은 최근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미국 연방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대관·로비 활동을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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