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KAI 지분 확대.. 5000억 추가 투입 승부
2대 주주 굳힌 한화, 방산 지형 변화 신호탄 되나
5천억 추가 투입 예고…지분 확대 전략 가속화
항공우주 경쟁 심화 속 한화-KAI 시너지 주목
[지데일리] 방산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2대 주주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매입은 재무적 투자 차원을 벗어나 경영 참여 의지를 공식화한 행보라는 점에서 국내 방위산업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한화가 연말까지 지분을 12%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KAI를 둘러싼 전략적 협력과 경영 영향력 확대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장내에서 KAI 주식 103만4600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에 따라 한화 측의 합산 지분율은 기존 10.15%에서 11.21%로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지분은 8.67%이며, 한화시스템과 미국법인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하면 11.21%에 이른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26.41%에 이어 확실한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이번 투자는 규모에서도 눈길을 끈다. 한화는 약 1500억 원의 자체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늘렸으며, 연말까지 약 5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율을 12%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공시에서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명시하면서 이번 투자가 장기적인 사업 전략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를 국내 항공우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화는 엔진과 유도무기, 위성, 우주사업 등 다양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고, KAI는 군용기와 헬기, 항공기 개발·생산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이 확대될 경우 항공기 플랫폼부터 엔진, 무장체계,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통합 방산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방산시장은 국가 간 안보 경쟁 심화와 국방비 확대 흐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산기업 간 전략적 제휴와 협력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한화 역시 KAI와의 시너지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주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은 크다. 정부가 우주항공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위성체계와 발사체, 항공전자, 무인기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가 보유한 우주사업 역량과 KAI의 항공기 개발 기술이 결합될 경우 차세대 우주항공 프로젝트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경영 참여 목적을 공식화한 만큼 향후 이사회 구성이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의 관계 설정은 물론 기존 경영진과의 협력 방식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국내 대표 방산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방산사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기업의 경영 전략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 공공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기업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경쟁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번 지분 확대는 국내 방산산업의 재편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세계 방산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업 간 협력과 규모의 경제는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화의 공격적인 투자와 KAI의 항공우주 기술력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나아가 국내 방산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