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지정학] ⑬ 한국서 가속기 나올라···대만 떨게 하는 삼성-SK 듀얼 클러스터

김성하 기자 2026. 7.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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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어 독점 대만 초긴장
韓 메가프로젝트 해부 시작
"지능 생산국" 선언에 대한 견제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타이베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앞세워 글로벌 인공지능(AI) 연산 코어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해 온 대만이 한국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대만 주요 언론과 산업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투자 계획을 잇달아 분석하며 공개적인 견제구를 던졌다. 단순한 산업 평가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메모리 생산국을 넘어 '지능 생산국(Intelligence Producer Nation)'으로 도약하려는 전략 자체를 대만이 위협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대만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경제연구원(TIER)과 산업 싱크탱크들은 최근 한국의 초대형 AI 산업 투자 계획이 향후 대만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AI 클러스터 구축 구상을 두고 대만 과학단지 모델을 벤치마킹한 국가 단위 산업 전략이라고 분석하며 향후 첨단 공정과 연구개발(R&D)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 단독 우위, AI 팩토리 시대엔 한계
HBM·GPU·패키징·전력 융합이 판 바꾼다

대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AI 시대 공급망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한국이 메모리, 대만이 파운드리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분업 체계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과 HBM 시장을 장악하고 TSMC가 첨단 GPU와 AI 가속기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월 30일자 1면에서 한국의 AI 메가 프로젝트를 비중 있게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 캡처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같은 분업 질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HBM, GPU,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 시스템, 피지컬 AI가 하나의 거대한 연산 생태계로 융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메모리 생산을 넘어 GPU 로직, 첨단 패키징, AI 데이터센터, 로봇 산업까지 연결하는 데 성공할 경우 기존 산업 질서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대한민국을 지능 생산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기존 제조업 국가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 산업화 시대 국가 경쟁력이 자동차와 철강, 메모리 생산량으로 결정됐다면 AI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연산 능력을 확보하고 얼마나 많은 지능을 생산·유통·수출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곧 TSMC 중심의 대만 모델과도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지금까지 대만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단 공정 생산 능력이었다. 하지만 AI 산업이 GPU, HBM, 패키징,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스택, 전력 인프라가 결합된 'AI 팩토리' 체제로 이동하면서 단순 파운드리만으로는 장기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대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한국의 내수 부족과 감가상각 리스크 역시 이러한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만 측은 한국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향후 AI 수요 둔화 시 과잉 투자와 막대한 감가상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호남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규 생산기지 건설이 수도권의 토지·전력·용수 비용 상승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정비 부담이 기업 실적을 훼손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이러한 지적 자체가 대만의 경계심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AI 시대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다. 수백만 개 GPU와 HBM, 초고속 네트워크, 기가와트(GW)급 전력망이 결합된 국가 단위 연산 인프라다. 결국 경쟁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웨이퍼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연산 코어를 확보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공급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이 발표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묶은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조업 육성 정책이라기보다 AI 시대 국가 운영체제(OS)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메모리와 패키징, 데이터센터, 로봇, 전력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기존 동아시아 반도체 질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접근이다.

호남에 삼성·SK 듀얼팹 서면 4팹 전공정 완성
TSMC 단일축에 완성형 AI 가속기로 도전장
대만 연산 코어 독점 인포그래픽 /챗GPT 생성 이미지

이번 분석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대만이 가장 경계할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듀얼팹(Dual Fab)으로 4팹 전공정 체제를 구축하는 경우다. 용인은 기존 메모리·반도체 생산 축으로 남고 호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GPU 로직과 HBM·베이스 다이를 분리 생산한 뒤 첨단 패키징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AI 칩 제조 축이 될 수 있다. 

즉 호남에 삼성 듀얼 팹, SK 듀얼 팹이 들어서면 한국은 단순 메모리 생산국이 아니라 완성형 AI 가속기를 만드는 국가 단위 4팹 전공정 체제로 진화한다. 이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대만이 가진 TSMC 중심 단일축 우위는 정면으로 도전받는다. AI 시대 경쟁의 핵심은 HBM만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GPU 로직, HBM, 베이스 다이, 첨단 패키징을 한 권역 안에서 묶어 얼마나 많은 완성형 AI 가속기를 공급할 수 있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은 메모리 강국으로 인식돼 왔지만 AI 시대에는 연산 능력을 생산하는 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대만이 메가 프로젝트를 정밀 분석하고 공개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양국 경쟁이 단순한 반도체 생산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 AI 생산 체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 패권 경쟁은 반도체 공장 수 경쟁이 아니다. GPU, HBM, 첨단 패키징,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스택을 얼마나 통합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대만의 견제는 한국 메가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동아시아 AI 지정학의 새로운 경쟁 국면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징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은 왜 만만치 않은가? = 대만은 단순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한 곳을 보유한 국가가 아니다. 40년 넘게 축적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계처럼 작동한다. 설계(IP),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기판, 서버 ODM까지 대부분의 공급망이 섬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개별 기업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움직인다.

특히 대만은 AI 시대 핵심 병목인 연산 코어 생산 능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엔비디아, AMD, 애플, 브로드컴,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설계한 최첨단 AI 칩 대부분은 결국 TSMC의 선단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오늘날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상당수 AI 연산이 대만에서 생산된 실리콘 위에서 수행된다는 의미다. AI 패권 경쟁이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는 막대한 전략적 우위다.

대만의 또 다른 강점은 과학단지 모델이다. 신주과학단지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소, 장비업체, 부품업체,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에 밀집해 성장해 왔다. 인재 이동과 기술 확산 속도가 빠르고 공급망 의사결정도 짧다. 중국이 10년 넘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대만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배경 역시 이 같은 고밀도 산업 생태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대만은 이미 AI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 구조 변화를 경험한 국가다. PC와 스마트폰 시대를 거치며 수차례 공급망 재편을 겪었고 현재는 AI 서버와 첨단 패키징,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이 메모리 강국에서 '지능 생산국'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면 대만은 이미 연산 코어 생산국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한국이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추격을 시작했지만 대만 역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스 다이(Base Die) = HBM에서 여러 개의 메모리 다이를 제어하고 GPU와 신호를 연결하는 하단 제어용 반도체다. 메모리 적층 구조 전체의 입출력과 데이터 전달을 담당한다.

듀얼팹(Dual Fab) = 하나의 기업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두 개 이상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운영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기사에서는 메모리와 AI 칩 관련 생산 기능을 지역별로 분산해 운영하는 개념으로 사용됐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