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고 교장 “야구부 학생들 ‘5·18’ 역사적 무게 인식 못했다”
2일 예정된 경기 기권 결정

“아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스타벅스와 광주가 연관돼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무게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장은 “상황을 파악해 보니, 고교 야구 전반에 조롱하는 응원 문화가 있었다”며 “상대 학교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집에 가야지’ 식의 구호를 하는 과정에서 한 아이가 ‘스타벅스’를 꺼내자 다른 학생들이 따라 외쳤다. 이후 흥분한 또 다른 학생이 ‘탱크데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라는 기업이 ’탱크데이’ 마케팅을 사과했기 때문에 그게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엄중한 역사적 맥락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재고 코치들이 학생들을 제지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코치들은 1루와 3루에서 작전 지시를 수행 중이라 더그아웃으로부터 거리가 있어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광주일고 코치가 호통을 친 뒤 배재고 감독이 상대 더그아웃에 가서 먼저 사과했고, 학생들을 강하게 제지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해당 구호를 외친 학생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역사와 인권 교육이 부족했던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잘못한 부분은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장은 “야구부 학생뿐만 아니라,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역사교육과 함께 상대방에 대한 혐오·비하를 근절하는 인권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배재고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응원 문화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교장은 “(고교)야구 응원에 야유나 조롱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스포츠계의 응원 문화가 바람직하게 바뀌어야 한다. 배재고가 먼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광주제일고 구성원과 광주시민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를 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광주제일고 구성원과 광주시민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로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마음의 준비가 된다면 찾아가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배재고는 이번 사안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오는 2일 예정된 순천효천고를 상대로 한 경기 출전에 기권하기로 했다. 토너먼트(이긴팀끼리 경기) 형식이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결정이다.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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