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코시티 하늘도 함께 울었다…40년 만에 끝난 ‘토너먼트 잔혹사’

하늘을 뒤흔든 뇌우와 거센 폭우도 ‘아스테카의 주술’을 깨우려는 홈 관중들의 열망을 꺾지는 못했다. 경기 시작 전 세차게 몰아친 악천후로 킥오프가 1시간이나 지연됐지만, 멕시코시티 경기장(에스타디오 아스테카)을 가득 메운 초록색 물결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멕시코는 40년 동안 이어져 온 지독한 월드컵 토너먼트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멕시코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에콰도르를 2-0으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3전 전승에 이어 토너먼트 첫 경기까지 승리하며 이번 대회 4연승·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8만824명의 관중이 지켜봤다.

멕시코 축구에 월드컵 토너먼트는 거대한 장벽이자 오랜 슬픔이었다. 1994 미국 대회부터 2018 러시아 대회까지 7회 연속 16강에 올랐으나 번번이 첫 단판 승부에서 무릎을 꿇었다. 자국에서 열린 1986년 대회 16강전(불가리아전 2-0 승) 이후 무려 40년 동안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단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수선한 경기장 분위기 속에서도 개최국 멕시코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전반 22분, 로베르토 알바라도의 날카로운 후방 패스를 받은 훌리안 키뇨네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든 뒤 통렬한 오른발 슈팅으로 에콰도르의 골망을 갈랐다. 사우디 프로리그 득점왕 출신인 키뇨네스의 대회 3호 골이 터지는 순간, 경기장은 터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기세를 올린 멕시코는 불과 9분 뒤인 전반 31분, 상대 수비가 걷어낸 공을 가로챈 라울 히메네스가 키뇨네스와 환상적인 2 대 1 패스를 주고받은 후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뽑아내며 일찍이 승기를 굳혔다. 아기레 감독은 경기 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나라가 짊어져 온 무게를 잘 알고 있다. 폭우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준 팬들의 눈물이 우리를 뛰게 만들었다”면서 “역사를 바꾼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기뇨네스 또한 “골을 넣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유니폼을 입고 홈팬들 앞에서 토너먼트 승리를 이뤄냈다는 사실이 여전히 꿈만 같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멕시코는 잉글랜드와 콩고민주공화국 경기(2일 오전 1시) 승자와 16강에서 맞붙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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