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드라마는 끝나도, 교실은 끝나지 않았다

조태희 시민기자 2026. 7. 1. 08: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유감 당선인 등 정치권 반응 속도에 놀라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법은 바뀌었지만
법률 문구와 교실 안 현실 사이는 멀기만
어른을 어른으로 바라보는 눈빛 사라져
교사는 서서히 자신을 지우는 법을 배워
학부모는 어떤 공동체 원하는지 돌아봐야
무서웠지만 믿을 수 있었던 선생님 그립다

드라마 시리즈 한 편이 나라를 흔들었다. 공개 사흘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1위. 판타지 액션이다. 교육부 산하 가상 조직 '교권보호국'이 선 넘는 학생과 악성 민원 학부모를 직접 응징한다는 설정인데, 어지간한 히어로물 뺨치게 속이 시원하다. 그 통쾌함에 많은 이들이 울고 웃었다. 재밌게도, 가장 열렬히 환호한 집단은 안방 시청자가 아니라 현직 교사들이었다.

그러자 정치가 움직였다. 6·3 지방선거 직후 여러 교육감 당선인들이 앞다투어 교권보호 조직 신설을 공약으로 꺼냈다. 민주연구원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구상을 내놓았다. 여기에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드라마에서 정책으로의 빠른 이동이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가 뜨니까 발 빠르게 탑승하는 그 속도감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3년 전 서이초 선생님이 쓰러질 때 이 분들은 과연 어떤 목소리를 냈고,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 제공 연합뉴스

법은 바뀌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나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24세 신임 교사가 스스로 생을 저버렸다. 아이들 사이의 연필 다툼 하나가 학부모 민원으로 번졌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을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았다. 경찰은 119일 수사 끝에 '범죄 혐의 없음'을 발표했다. 특정한 가해자가 없었다는 결론에 물음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 선생님을 벼랑 끝까지 몰아간 건 무엇이었을까? 시스템이었고, 문화였고, 결국 우리 사회였다.

그해 여름 수십만 교사가 광화문에 모였고, 그 분노가 법을 바꿨다. 2023년 9월 통과된 '교권보호 4법'은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았다.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명시했고, 침해 발생 시 가해자와 교사를 즉시 분리하도록 했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직위해제할 수 없게 했고, 교권보호위원회를 개별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올렸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교사들은 여전히 드라마 '참교육'을 보며 운다. 법이 문화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률의 문구와 교실 안 현실 사이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나

불과 30년 전, 우리 부모들은 "때려서라도 잘 잡아달라"고 선생님에게 말했다. 무릎을 꿇고라도. 체벌이 옳았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 교실에는 지금은 사라진 무언가가 있었다. 어른을 어른으로 바라보는 눈. 그 눈빛이 빠져나간 자리를 우리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는 올해 서울신림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서울시교육청 주민참여예산위원도 겸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교육 현장과 가까이 서게 되면서, 나는 두 방향을 동시에 보게 됐다. 교사들의 고단함이 업무량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민원이 올 수 있다는 불안,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뒤집힐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교사는 서서히 자신을 지운다. 열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말을 줄이고, 눈을 피하고, 관계를 포기한다.

학부모의 마음도 이해한다. 나도 두 아이의 아빠다. 한두 명이 전부인 핵가족 시대에, 내 아이가 부당하게 다뤄진다고 느낄 때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다. 그 마음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이 향하는 방식이 문제다. 정당한 문제 제기와 악성 민원 사이의 선, 그것은 제도가 정하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원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내게는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계셨다. 삐뚤어지려했던 반장의 두 손을 잡아주셨고, 미술을 가르치셨고, 학생주임이셨고,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분 중 한 분이셨다. 그 무서움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20년 뒤 내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주례를 서주셨고, 지난해 은퇴하셨다. 선생님 같은 분이 지금의 학교에 서실 수 있을까, 질문이 목에 걸린다.

드라마 '참교육'의 교권보호국은 판타지다. 그러나 640만 명이 그 판타지에 열광했다는 사실은, 현실에서 우리가 그만큼 절박하게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신호다. 교실이 무너지는 소리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증폭시켜야만 들리는 게 아니어야 한다. 지치고 상처받은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온전히 설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이제 드라마가 아닌 행동으로 말해야 할 때가 됐다.

올해가 가기 전, 은사님께 소주 한 잔 청하러 가야겠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이따금 그 시절 작업실 문을 두드리던 마음으로. 그날 선생님 앞에서 웃을 수 있기를, 지금부터 바라고 있다.​

jotaehui@naver.com

"시민언론 민들레는 상업광고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입니다.
시민들의 작은 후원이 언론 지형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후원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