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정권 임기 내 완공”, 52시간 규제부터 풀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이번 정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며 “일본 구마모토 사례처럼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은 파격적 보조금과 원스톱 행정 지원으로 공사 기간을 5년에서 28개월로 줄인 초고속 완공의 상징이다. 국가 미래가 걸린 반도체 전쟁에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미 벌여 놓은 용인·평택 클러스터부터 마무리하고 호남 클러스터도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겼으면 좋겠다.
당초 삼성전자의 300조원 규모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의 120조원 규모 일반산단, 그리고 이미 가동·증설 중인 삼성 평택캠퍼스를 합친 용인·평택 라인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로 반도체 패권을 위한 핵심 기지다. 그러나 부지 조성 절차 조율, 주민의 토지 보상 반발, 남한강 공업용수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 등이 중첩되면서 첫 삽을 뜨는 데만 무려 6년이 지연된 상태다. 강 실장 말대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임기 내 실현해 보이려면 기존 용인·평택 클러스터 진행을 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산단은 국가산단이 아니란 이유로 인프라 국비 지원이나 특별법상의 특례 대상에서 소외돼 있다. 기존 프로젝트의 발목은 규제와 지원 사각지대에 묶어둔 채 새로운 청사진만 추진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
정부가 속도전의 롤모델로 제시한 일본 구마모토나 대만 가오슝의 TSMC 공장 사례는 결코 정부의 구호만으로 이루어진 기적이 아니다. 가오슝과 구마모토는 원래부터 물과 전기가 남아돌던 입지였고, 여기에 지자체가 명문 외국인 학교나 이중언어 국립실험고 같은 최고 수준의 맞춤형 교육 시설과 주거 여건을 통째로 지원했기에 핵심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니해도 반도체 조기 완공의 핵심 동력은 24시간 3교대로 밤낮없이 현장을 돌려 공기를 파격적으로 단축한 노동의 유연성이었다. 우리는 엄격한 주 52시간제 틀을 그대로 두고 있다. 진정 속도전을 원한다면 반도체 건설 현장과 핵심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과감하게 적용해야 한다. 막혀 있는 용인·평택의 규제 매듭을 풀고, 노동 규제 혁파라는 진짜 카드를 꺼내 들지 않는다면 800조원의 거대한 약속은 허황된 정치적 수사로 표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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