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8개 상임위 싹쓸이 가능성"…법사위원장 등 11개 우선 선출

김인한 기자, 김성아 기자 2026. 6. 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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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 후반기 국회 출발부터 '급랭'
국힘 "국민 우습게 보는 조롱·오만 정치"
민주당 2020년 18개 상임위 싹쓸이 부담
당시 '견제 받지 않는 야당' 이미지 고착
조정식 국회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시스
여야의 합의 없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면서 후반기 국회는 출발부터 대치 국면을 맞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11개를 우선 선출한 뒤 국민의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명분을 쌓고 나머지 7개 상임위까지 싹쓸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는 30일 저녁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상임위원장 선출안 표결엔 민주당 등 167명이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독선과 오만의 정치'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한병도 운영위원장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 ▲유동수 정무위원장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송기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진성준 국방위원장 ▲김영진 행정안전위원장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서삼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이광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이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후반기 원 구성 관련 수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법사위원장 배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일하는 국회'가 필요하다며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관례상 원내 2당이 맡아야 한다며 맞섰다.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다. 국회법상 위원회에서 법률안 심사를 마치면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모든 법안이 본회의 표결 전 법사위 문턱을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쟁점 법안의 처리 속도와 본회의 상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 구성 강행 규탄 및 본회의 연기를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을 우리 당에 배정하면 민주당이 추천하는 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까지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여전히 법사위를 가져가야 한다고 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민주당에서 추천하는 법사위원장을 우리 당이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정말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의 정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야 협상과 합의 없이 11개 상임위를 본인들끼리 결정해서 먼저 가져가고 소수당은 '남은 7개나 가져가든지 아니면 우리가 다 차지하겠다'고 조롱투로 일관하고 있다"며 "소수당에 대한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오만의 정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수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2024년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때도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우선 처리했다. 이후 약 2주 뒤 국민의힘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수용을 결정하면서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나머지 상임위원장 선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강행 선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상임위 독식 여부가 여론을 가르는 결정적 조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민주당이 처음부터 전체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기보다는 우선 일부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추후 국민의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명분을 쌓고 나머지 상임위까지 18개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관련 본회의 진행과 관련해 조정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전체를 선출하지 않고 11개 상임위원장만 우선 처리한 것은 여야 대치 장기화에 따른 국회 공백을 해소하면서도 '상임위 독식'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법사위와 운영위 등 핵심 상임위까지 여당이 확보한 상황에서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면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도 상임위 독식은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6월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당시 민주당은 여야 협상 결렬 끝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 이후 '견제 받지 않는 거대 야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다른 악재가 겹치며 정권 후반 민심 이반이 커졌다.

2021년 7월 7개 상임위를 야당에 배분했지만 이미 '독주' 프레임은 굳어진 뒤였고, 그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줬다. 2022년 대선 패배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임위 독식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가 다른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민주당의 독주, 특히 견제와 균형이 없는 독점적 권력의 독주로 비치면 국민의 견제 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메가프로젝트 등 국정 과제를 발표한 만큼 이러한 정책 추진과 원 구성 문제가 잘 맞물려 성과로 이어진다면 국민은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며 "결국 국민이 견제와 균형을 더 중시할지, 체감 성과와 효율성을 더 중시할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인한 기자 inhan.kim@sidae.com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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