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규제기관 위원 해임도 대통령 권한” 트럼프 ‘인사 보복’ 힘 실어준 미 대법원

정유진 기자 2026. 6. 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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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제외…리사 쿡 해임 ‘제동’
소수 반대의견 “일관성 잃은 판결”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증권거래위원회(SEC) 같은 독립 규제기관 위원들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통령이 행정부에 무제한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으로 각종 산업 규제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레베카 켈리 슬로터 FTC 위원을 해임한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보수 대법관 6명은 찬성하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했다.

FTC는 기업의 불공정거래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규제하는 기관이다. 위원 임기를 7년으로 보장하고, 전체 위원 5명 중 같은 정당 소속 위원이 3명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정권 시절 재지명된 슬로터 위원을 “내 행정부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다”며 해임했다. 슬로터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공무원 대규모 해고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부정행위나 근무 태만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정치적 견해 차이만을 이유로 대통령이 독립 기관 위원을 해임할 수 없도록 한 1935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존 로버트 대법원장은 “헌법은 모든 행정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며 해임을 제한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다수 의견을 밝혔다.

다만 연방대법원은 다른 독립 기관과 달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독자적인 역사와 구조를 갖고 있다고 예외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이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보수 성향인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함께 쿡 이사의 이사직 유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 중 하나인 연준의 지위와 관련해 대중을 불확실한 상황에 방치하거나 의구심을 심어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반대의견을 통해 “FTC 같은 독립 기관을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보호할 권한이 의회에 있음에도, 대통령 권력을 극단적으로 확대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이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환영하지만 원칙에 근거한 예외조항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두 판결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연준을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은 보호될 가치가 있고 FTC의 설립 근거가 된 법은 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독립 규제 기관들은 FTC 외에도 SEC, 원자력규제위원회,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등 20여개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3개 기관에서 친민주당 성향 위원들을 해임한 상태이며 이번 판결 후 다른 기관으로도 해임 조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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