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한반도 그리고 지정학

경북도민일보 2026. 6. 3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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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일의 세상읽기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문이 있다. (헌법 제3조) 반도는 섬, 대륙과 더불어 땅의 모양으로 하나이다.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위치를 논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조선인을 얕잡아 부르는 표현이 '반도인'이라는 단어였다. 지금은 반도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나라가 한반도에 위치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형이다. 고고시절 우리나라는 반도로서 대륙과 해양을 모두 접하는 지리적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 역사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기 쉬운 지정학적 요충지였다고 배웠다.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연구한다. 지정학적 요인들은 경제규모나 인구, 영토 같은 통계 지표에는 직접 나타나지 않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정치적 요인은 변화가 심하지만 지리적 요인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다. 즉 한반도는 향후 몇 천 년, 몇 만 년이 지나도 계속하여 반도인 것이다.

지리적 요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나 경제 그리고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촌 시대라지만 현실적으로 이동 거리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된다. 지방이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낙후되는 것은 지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국가 간의 전쟁에서도 지리적 요인이 중요하다. 첨단 무기의 시대이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서 호르무즈 봉쇄라는 원시시대 전략이 먹혀 들어가는 현실은 국제적으로도 아직 지리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미국은 이란 국토를 공격하지만 이란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없는 이유도 지리적 요인이 크다.

그러기엔 미국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제치고 지금의 강대국이 된 이유도 지형의 덕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대륙을 흐르는 강들이 산업 물류비용을 낮춰서 발달하였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리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훨씬 더 자극적이다. 지리적 요인에 정치적 요인이 가미되면 갈등이 발생한다. 정치적 갈등이 없으면 지리적 요인이 의미가 없을 때도 있다.

한반도 역시 지리적 요인 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휘둘려 왔다. 현재도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의 4대 강국이 한반도의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반도'와 이름이 비슷한 '반도체'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 고유가 시절이지만 반도체 수출이 증가한 덕에 우리나라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예전에 글을 쓰면서 이름이 비슷한 반도체는 반도인 우리나라와 정체성이 어울린다는 농담을 한 기억이 있다.

특히, 포항지역은 호미반도가 있어 더욱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 물론 다른 입지적 요인 때문에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도체 건설 호남 몰빵으로 시끄럽다. 정부에서 대기업에게 호남지역에 투자를 하도록 하여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데 정부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는 사람이 많다. 야당 등에서는 이를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 투자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도체 산업도 근본적으로 제조업이다. 제조업에서 원자재나 전기나 용수를 원활히 공급받기 위해서는 지리적 요인이 무척 중요하다. 기업이라면 지리적 요인을 우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반도체 산업 입지의 논의는 지리적 요인보다는 정치적인 요인에 집중되는 듯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들 중에는 정치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반도'처럼 '반도체'도 지정학적 연구 대상인 듯하다.

신재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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