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신뢰로 일군 美경제 … 부패한 정치와 함께 갈 수 없어"

1890년대 강력한 산업화로 당시 대영제국을 제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위로 올라선 미국은 이후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후 금융·달러 패권까지 움켜쥐며 현재 GDP는 전 세계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엔비디아나 애플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선진국 GDP를 웃돈다. 미국의 슈퍼 파워를 상징하는 힘으로 군사력과 함께 압도적인 경제 파워를 거론하는 이유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와 배리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영상 인터뷰에서 전쟁 와중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견조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독단에 대한 우려는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미국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법치주의, 권력분리, 부패통제 기반이 있는데 트럼프 정부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미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코웬=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GDP, 생산성, 고용지표들이 대단히 좋다. 이란 전쟁도 일단락돼서 유가도 정상화 수순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이민 제한 정책도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10년에 걸쳐 타격을 준다.
▷아이컨그린=당장은 강해 보인다. 이민 단속으로 인한 노동력 성장 둔화를 감안할 때 고용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좋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우려스럽고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지출이 결실을 맺을지 불확실하다. AI 열풍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수익성은 아직 알 수 없다.
-AI 확산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코웬=데이터센터를 짓고 관련 기업을 키우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투자 단계다. 실제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단계는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다.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물론 과도하게 미쳐 있는 건 사실이다. AI 성장 과정에 일시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거품이라고 볼 순 없다.
▷아이컨그린=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향후 10년간 AI의 GDP 성장 기여도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반면 골드만삭스는 매년 1.5%포인트 추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믿는다. 하지만 AI가 당장 올해나 내년에 생산성 개선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지금의 AI 투자나 주식 열풍은 과도해 보인다.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은.
▷코웬=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인재들을 빨아들인다.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50개주에서 골라 살 수도 있다. 다른 국가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미국의 진짜 힘은 자유와 독립 같은 신념에 기반하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인재를 품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무서운 최고의 힘이다.
▷아이컨그린=에너지 의존도가 낮아 쇼크에 덜 민감하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가계의 재무 상태가 탄탄한 것도 지속적인 소비 성장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재정 확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강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이 20세기 후반에야 이뤘지만 미국은 그보다 20~30년 앞서 대다수 인구가 고등교육을 완료했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다수 대학들이 미국에 있다. 이들이 기업이나 정부와 협력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경제 성장을 촉진해온 기업가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정의한다면.
▷코웬=방대한 이민자 유입, 깊고 두터운 자본시장, 압도적인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 그리고 기꺼이 위험에 도전하는 수많은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50개주 정부가 서로 경쟁하는 역학관계가 비즈니스를 번창하게 만든다. 매우 강력한 '친기업적 정서'를 보유한 문화도 기반이다.
▷아이컨그린=미국식 자본주의는 한마디로 '고삐 풀린 자본주의(Unbridled capitalism)'다. 유럽·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에서 용인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불평등과 더 심각한 환경 파괴의 위협을 묵인하고 용인한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공과를 평가하면.
▷아이컨그린=미국식 자본주의는 혁신과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라는 점에서 최고인 반면 불평등과 환경위협을 낳는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이 "민주주의는 가장 최악의 정치 체제다. 다른 모든 체제들을 제외하면"이라고 했듯이 자본주의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앞으로도 슈퍼 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까.
▷코웬=어리석은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이민자들을 내쫓고 있으며 관세로 무역을 방해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그렇듯 우리 경제의 가장 무서운 적은 결국 우리 자신인 셈이다. 저력은 있지만 너무 어리석게 행동할 때가 있다.
▷아이컨그린=미국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법치주의, 권력분리, 부패통제와 같은 기반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하에서 이런 정치적 기반에 의문이 제기된다. 건전한 경제 시스템과 부패는 결코 함께 갈 수 없다.
-중국과 벌이는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코웬=가까운 미래에 중국은 결코 미국의 라이벌이 되지 못한다. 경제규모도 중국이 밀리고 있고 경제 구조가 지나치게 제조업과 수출에 편중돼 있다. 전기차나 로봇, 바이오 등 상위 5% 영역만 잘나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앞서가는 분야가 훨씬 많다. 또한 대다수 중국 국민은 성장의 결실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컨그린=현재 미국이 연간 2.5%, 중국이 4% 안팎을 성장하는데 이 격차가 유지되더라도 중국의 1인당 소득이 미국에 근접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특히 미국 출산율이 더 높고 노동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중국은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은 투자와 수출 중심 경제를 내수 중심으로 재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달러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코웬=AI 확산으로 달러는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많은 국가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기반 네트워크에 편입되고 싶어한다. 달러 패권은 미래에도 낙관적이다.
▷아이컨그린=막대한 미국의 재정적자나 동맹국과 충돌하는 탓에 달러패권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채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선호가 감소하고 해외 중앙은행들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1962년생으로 영국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987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조지메이슨대 교수로 부임했다.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
1952년생으로 국제금융과 통화체제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있다. 1979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7~1999년 국제통화기금에서 선임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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