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2040년 경제, 아세안에 답 있다

2026. 6. 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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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분열의 시대'
아세안, 생산·소비 중심으로
韓경제·안보, 아세안에 달려
전략적 파트너로 진화해야
서정인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전 주아세안 대사

15년 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성형 AI가 지금처럼 산업과 일상을 바꿀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래를 전망하는 이유는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읽고 준비하기 위해서다.

영국 경제학자 닐 시어링은 저서 '분열된 시대'에서 2040년 세계 경제를 움직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미·중 경쟁을 꼽는다. 그의 주장은 냉전 이후 세계를 지배한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미·중 전략경쟁이 만들어내는 '분열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강조한다. 이는 세계 경제의 붕괴를 의미하지 않는다. 상품과 자본은 계속 이동하겠지만, 효율성이 최우선이던 시대에서 국가안보와 지정학이 경제를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AI, 양자컴퓨터, 데이터센터, 핵심 광물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비용 절감보다 공급망 안정성과 복원력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미국은 기술혁신 역량과 달러 중심 금융체제, 동맹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40년에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은 첨단기술 제재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권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이 아세안에 있다고 본다.

미·중 경쟁이 심화될수록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지역이 아세안이다. 베트남은 전자산업 생산기지로 성장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후공정, 태국은 자동차와 전기차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세안이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약 6억8000만명의 인구와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을 바탕으로 생산기지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투자와 무역을 동시에 유치하는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

물론 AI 인프라, 반도체, 핵심 광물 확보 경쟁 등 새로운 도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2040년 세계 경제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화 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중국이었다면, 분열의 시대에는 아세안이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생산기지 다변화와 공급망 위험 분산에 나서야 하며, 투자자는 지정학과 기술 변화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읽어야 한다. 정부 역시 통상·산업·기술·에너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경제안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대아세안 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생산기지와 수출시장을 넘어 공급망 안정, 디지털 전환, AI 인프라, 에너지 안보를 논의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 한국 경제의 성장 공간이 중국이었다면, 앞으로의 성장 공간은 아세안과 인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40년 세계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탈세계화가 아니라 재세계화다. 연결은 계속되지만 방식은 달라지고,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여러 경제권이 공존하는 다층적 질서로 재편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변화하는 질서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아세안이 있다.

[서정인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전 주아세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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