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15년 밀어주고 또 핑계”… 호남 반도체 비판 증폭

이영란 기자 2026. 6. 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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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880조 원 규모의 '서남권(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6월30일에도 이번 투자가 역사적 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진보정권 기간의 전폭적 지원은 의도적으로 뭉갠 채 과거의 패러다임만 핑계 삼는 관치경제이자, 인프라 여건을 도외시한 비과학적 알박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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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조갑제 “진보정권 16년 지원 뭉개고 과거 패러다임만 핑계”
“타당성 검증 없는 수의계약이자 관치경제”… 용수 등 인프라 부족 우려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880조 원 규모의 '서남권(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와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6월30일에도 이번 투자가 역사적 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진보정권 기간의 전폭적 지원은 의도적으로 뭉갠 채 과거의 패러다임만 핑계 삼는 관치경제이자, 인프라 여건을 도외시한 비과학적 알박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조갑제 닷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의 반도체 프로젝트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정 리스크를 경고했다. 조 대표는 "과학에 도전해 이기는 권력은 없다"라며 "오늘이 국민을 호남과 비호남으로 갈라치기해 정권도 날리고, 기업도 박살내고, 나라도 절단내는 날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삼성과 SK가 정직하고 깨끗하고 용감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대표는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졌던 스타벅스 파문을 소환하며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과거 변태적 광주 사랑에서 비롯된 무리한 스타벅스 불매운동 선동이 결국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낙마시키는 결정타가 되었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시장 논리와 상식을 거스른 채 억지로 밀어붙이는 비과학적이고 이념적인 호남 밀어주기 행태는, 과거 스타벅스 사태가 후보를 날렸듯 이번에는 정권 자체를 날려버릴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든다"고 준엄하게 경고했다. 이어 "대기업 경영진들이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말고, 철저한 시장 과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주장한 '영남 중심 개발에 따른 호남 소외론'과 '누적 투자량 조족지혈' 논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제학자 출신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주장한 '호남 소외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끝난 게 지금 47~48년이 됐다. 언제적 호남 차별론, 호남 소외론을 이야기 하나"면서 "1998년 IMF 위기가 있고, 정권이 교체됐다. 28년이 지났는데 그 중 16년은 민주당 정권인데 아직까지 호남 차별론을 꺼내는 것은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15년이 넘는 진보정권(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국책사업 유치 등 전폭적인 자원 투입이 지속해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수십 년 전 박정희 정부 시절의 지방 정책만을 소환해 핑계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박이다.

나아가 유 전 의원은 이번 입지 선정을 두고 "아무런 입지조건에 대한 타당성 조사나 검증, 비교도 없이 광주로 미리 다 정해놓고 한 '수의계약'이며,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관치"라고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광주의 타당성이 입증됐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게 용인과 평택, 구미였고 광주는 그때 탈락했다"라며 "광주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는데 억울하게 탈락했다는 식인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맨날 내란 정권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모든 걸 부정하더니, 이것 하나는 윤석열 정부에서 한 것을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결정이 향후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년 반 뒤에 총선이 있고, 다음 해 대선이 있다"며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통령이) 지역감정, 지역주의 폭탄을 던진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 비슷한 게 열려버렸다"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호남에서는 표를 얻을지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굉장히 외면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은 공정한 유치경쟁 대신 '닥치고 호남'식으로 기업을 압박해 밀어붙이는 이번 프로젝트를 '균형발전의 탈을 쓴 정치공학', 혹은 '제2의 빅딜'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위한 끝장토론을 요구했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은 언론에 나와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용수 공급과 관련해, 기존 국가 수자원 계획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던 거대한 수요를 기존 호남권 댐 체계의 '짜내기'만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댐이 마르면 정부가 장담하는 '여유 용량'이나 '물 재배치'라는 행정적 개념 자체가 현장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장기 대책 없는 청사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도 국무회의에서 호남 소외론을 거론하며 '반도체 몰빵'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호남지역 투자가 조금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영남 등에 누적된 투자량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라며 "수도권은 더 이상 전력과 용수를 구할 수 없는 포화 상태이며, 호남은 지진 위험이 낮고 값싼 용지와 RE100 대응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해 대기업들이 실리를 위해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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