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하면 독립기관 인사 해임 가능”…미 대법 91년 만에 판례 뒤집어

김원철 기자 2026. 6.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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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몫 연방거래위원 해임 인정…연준은 예외
우편투표 제한 소송·성추행 사건 상고는 트럼프 패배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확대 시도와 관련한 주요 사건에서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독립 규제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은 대폭 넓혀줬지만,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와 우편투표 제한, 진 캐럴 성추행·명예훼손 사건 항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승리는 ‘트럼프 대 슬로터’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찬성 6명, 반대 3명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몫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이던 리베카 켈리 슬로터를 해임한 조처를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부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슬로터를 해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을 “비효율, 직무태만,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도록 한 판례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이는 1935년 판례를 9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촬영한 연방대법원 전경. 워싱턴/AP 연합뉴스

반면 대법원은 같은 날 ‘트럼프 대 쿡’ 사건에서는 5 대 4로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는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들어 해임을 시도했지만, 대법원은 혐의 내용과 증거 설명, 반박 기회 등 최소한의 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준의 독립성은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에 직결되는 만큼 일반 규제기관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다만 의혹의 사실관계나 해임의 법적 기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절차를 보완해 재차 해임을 시도할 여지는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제도와 개인 소송에서도 패했다. 대법원은 선거일 이전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가 선거일 이후 도착해도 일정 기간 안에 접수되면 유효하다고 본 주 법률을 인정했다. 또 작가 이 진 캐럴이 제기한 성추행·명예훼손 사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500만달러(약 77억원) 배상을 명령한 판결을 재검토해달라는 상고허가 신청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500만달러 이상을 법원에 공탁해 두었기 때문에, 캐럴은 즉시 배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날 결정은 대통령 권한 확대에 길을 열어주면서도, 연준 독립성과 선거·사법 절차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그은 판결로 평가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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