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면 췌장암 위험 높아진다... 몸무게 관리하고 담배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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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인체 깊숙한 곳에 숨어 소리 없이 생명을 갉아먹는 암이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비만 인구의 증가가 췌장암 발병을 부추기는 주요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발병 위험은 커지고 조기 발견은 까다롭지만, 최근 암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타격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가 뛰어난 임상 성과를 내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췌장암 치료도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췌장암 발생 위험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BMI가 23~24.9 사이인 과체중 집단의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BMI 18.5~22.9) 집단보다 38.9%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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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늘린 혁신치료제 성공 궤도
췌장암 치료 대전환 기대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보다 예방

췌장암은 인체 깊숙한 곳에 숨어 소리 없이 생명을 갉아먹는 암이다. 병변이 발견될 때는 이미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2년 기준 세계적으로 약 51만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고, 약 46만 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화와 함께 비만 인구의 증가가 췌장암 발병을 부추기는 주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제 과체중이면 췌장암 발병 위험이 39% 늘고,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이면 그 위험이 2배까지 뛴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발병 위험은 커지고 조기 발견은 까다롭지만, 최근 암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타격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가 뛰어난 임상 성과를 내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췌장암 치료도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BMI 30 이상, 췌장암 발병 위험 2배
췌장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의 약 2.6%를 차지하는 비교적 드문 암이지만, 암 사망 비율은 약 4.7%에 달해 치명률이 매우 높다.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와 증상의 모호성 탓에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은 위 뒤쪽 척추 바로 앞인 ‘후복강(복막 뒤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복부 가장 깊숙한 곳인 데다 다른 장기들에 가려져 있어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췌장 전체의 병변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암이 생겨도 초기 단계에선 전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약간의 소화불량, 명치 부위의 둔한 불편감, 피로감 정도라 일상적인 위장 장애와 구분이 어렵다. 백규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스스로 단순한 위염이나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으로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췌장암 환자 중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15~20%에 불과하다. 80% 이상은 진단 당시 이미 주요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몸이 보내는 특정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50세 이후 새롭게 발생한 당뇨병이나 기존 당뇨병의 갑작스러운 조절 악화는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하는 경고 신호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는 밀접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식욕 저하, 2주 이상 지속되는 소화불량, 등쪽으로 뻗치는 윗배 통증,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는 비만이 꼽힌다. 췌장암 발생 위험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BMI가 23~24.9 사이인 과체중 집단의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BMI 18.5~22.9) 집단보다 38.9% 높았다. 1단계 비만 그룹(BMI 25~29.9)의 위험 차이도 동일한 수준인 38.9%였다. BMI가 30 이상인 2단계 비만(고도 비만) 그룹은 그 위험이 정상 체중보다 96%(약 2배) 높았다. 삼성서울병원과 고려대 안산병원이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성인 631만5,055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에 참여한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비만뿐만 아니라 과체중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인 체중 관리에 나서는 것이 젊은 층의 췌장암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승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부모나 형제, 자녀 등 1차 친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동일 가계 내 환자가 3명 이상인 가족성 췌장암 고위험군이라면 췌장암 조기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췌장암 치료 한계 극복할 신약 예고
그동안 췌장암 치료는 수술과 표준 항암화학요법에 주로 의존해왔다. 그러나 수술해도 재발이 잦고, 항암 효과 역시 다른 암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이런 오랜 한계를 뚫고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암세포의 유전자 이상을 직접 타격하는 표적치료제다.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KRAS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KRAS는 췌장암의 발생과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유전자다. 단백질의 구조 특성상 약물이 결합할 틈이 없어 과거엔 억제하기 불가능한 표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KRAS를 직접 차단하는 신약(다락손라십) 개발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서 췌장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KRAS 변이를 가진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락손라십 투여군은 평균 13.2개월 생존했다. 표준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들(평균 6.6개월)보다 두 배 더 긴 생존 기간이다.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 역시 신약 복용군이 7.3개월로, 항암화학요법군(3.5개월)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다락손라십을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 백 교수는 “다락손라십과 같은 차세대 치료제가 진료 현장에 적용된다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을 이용한 치료 기법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지만, 췌장암을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예방이다. 백 교수는 “여러 발병 위험 인자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게 흡연”이라며 “적정 체중 유지와 당뇨병 관리 역시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상에서 식후 가볍게 걷는 습관을 들이고, 단 음료 섭취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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