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경찰 20년 주민 곁으로…권한·인력은 미완

백나용 2026. 6. 30. 06: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맞춤형 치안 가능성 열었지만 수사권 없는 한계 노출
제주도자치경찰단 청사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 사무를 보는 두 개의 경찰 조직이 운영되는 지역이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창설된 데 이어 2021년 7월 1일부터 제주경찰청 내 생활안전과와 여성·청소년과, 경비교통과가 자치 사무 부서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 실현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는 경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제주 사례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아래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자치경찰제를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조원 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치경찰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지 않고 국가경찰 내에 자치 사무 부서를 두기로 하면서 제주에는 별안간 자치사무를 보는 2개 경찰이 존재하게 됐다.

전국 유일 이원화 자치경찰 모델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 맞춤형 치안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과제도 함께 드러냈다.

제주도 자치경찰(CG) [연합뉴스TV 제공]

'우리 동네 보안관' 제주자치경찰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 시행에 따른 지방분권 강화와 국가경찰에 집중된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이 아닌 주민 눈높이에 맞는 치안 서비스, 즉 납세자이자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치안 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한다.

제주 자치경찰단 소속 경찰은 지방자치경찰공무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주민의 생활안전과 지역 교통, 여성·청소년 보호, 공공시설 및 지역행사장 등 지역 경비에 관한 사무, 도로교통법 또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에 따른 통고처분 불이행자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 사무를 맡는다.

자치경찰단은 환경과 산림 등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특정 업무의 경우만 수사할 수 있다.

동네 순찰을 하면서 범죄를 예방하고,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 지역행사 교통 안전관리, 아동·청소년 보호 활동 등 주민 밀착형 치안 사무와 함께 제주 환경 보전과 관광 질서 확립을 위한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수렴한 주민 불편 사항을 지방자치단체 치안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출범 당시 1단 3개팀, 2대 8개팀 체계에 정원 127명, 현원 38명인 소규모 조직이었으나, 지난 5월 기준 1관 4과 1대 1센터 21개팀, 정원 175명 조직으로 성장했다.

자치경찰복 [연합뉴스TV 제공]

교통안전부터 생활안전·학교폭력 예방까지

제주 자치경찰단 여러 기능 중 20년간 가장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분야는 단연 교통안전이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출범 이후 제주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교통정책과 현장 중심 교통경찰 활동을 지속해 추진해왔다.

실제 제주 자치경찰단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운영하는 교통시설심의위원회는 횡단보도와 신호기 설치, 좌회전 허용, 일방통행 지정 등 각종 교통 관련 민원 사항을 처리하며 국가경찰 교통행정 체계와는 차별화된 제주형 교통행정 모델을 구현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2021년 4월 사상자 62명을 낸 제주대 입구 사거리 교통사고를 계기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와 1100도로에 화물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춘 조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제주지역 무인단속 장비 526대를 직접 운영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속도·신호위반 과태료와 범칙금 부과·징수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징수한 과태료는 약 165억원으로, 제주지역 교통안전 정책 확대에 쓰이고 있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분야에서도 활약한다.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인공지능(AI) 치안 드론'을 활용해 농촌 지역 방범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사무소에 위치한 동부행복치안센터는 기존 단순 사건 대응 중심 경찰 활동에서 벗어나 방범·응답 순찰, 독거노인 문안 순찰, 재난 예방 활동 등 주민 밀착형 생활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산간 지역 치안을 적극 담당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SPO)도 제주 자치경찰단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학교안전경찰관은 교내 취약지역 순찰과 학생 상담·갈등 중재, 학교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마약·도박 예방 교육 등 다양한 학교 안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학교안전경찰관이 연속 배치된 학교에서 신체 폭력·언어폭력 등 주요 폭력 사건이 2024년 23건에서 2025년 18건으로 줄어들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제주자치경찰 AI 치안안전순찰대 [제주도 제공]

수사권 없는 경찰

구조적 한계는 계속해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로는 실제 현장에서 해당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실질적 권한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그동안 현장 치안 활동에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할 공무집행 사범에 대한 수사권과 긴급 초동 조치권, 수배자 체포권 등 제도개선을 정부에 지속해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제주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예방 활동과 학생 안전관리 기능은 수행할 수 있지만, 실제 학교 폭력 사건 처리는 국가경찰에게 넘겨야만 한다.

또 112에 주취자 관련 신고가 접수돼 자치경찰이 출동하던 중 해당 사안이 폭력 사건으로 전환될 경우 국가경찰이 함께 출동하게 되는 일도 빈번하다.

자치경찰이 신호위반 외국인 운전자를 적발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이자 무면허 운전자로 의심돼 국가경찰에 사건을 인계하는 사이 해당 운전자가 도주한 사례도 있었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제주도 전체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국가경찰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5만 미만인 3급지 경찰서 수준의 인력으로 지역 주민의 다양한 수요를 감당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제주자치경찰에 적발된 불법유상운송 행위 업자 [제주자치경찰단 제공]

국가경찰과의 업무 중복에 따른 현장 혼선도 여전히 큰 골칫거리다.

실례로 제주지역 무인교통단속은 국가경찰과 제주자치경찰단이 각각 운영하면서 도민과 관광객이 과태료 부과 처분과 이의신청, 단속 기준 등에 대해 문의할 경우 담당 기관을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동일 성격의 민원이 양 기관으로 분산 접수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제약 탓에 제주 자치경찰단은 지역 맞춤형 독립 치안 조직으로 충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일부 기능 중심의 제한적 자치경찰 조직에 머무르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황문규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 '제주자치경찰 20년 성과와 향후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현행 자치경찰제가 국가경찰 조직 안에서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 자치경찰제 구현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지역 경찰 기능의 실질적 이관과 국가경찰·자치경찰 간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dragon.m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