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선거 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유효”… 트럼프 ‘부정선거’ 주장 타격
미국 연방대법원이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는 일부 주(州)의 제도가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폐지를 주장해 온 만큼, 이번 판결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미시시피주 공화당이 2024년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의 의견으로 원고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시시피주의 우편투표 관련 제도가 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행 미시시피주법은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의 경우 선거일 이후 5영업일 이내에 도착하면 유효표로 인정한다. 미시시피를 포함한 14개 주와 워싱턴DC는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에 일정 기간의 도착 유예를 인정하고 있으며, 10여 개 주는 군인과 해외 거주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원고 측은 연방 공직선거일을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규정한 연방법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제도가 위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권자 신분 확인 강화 법안(SAVE 법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해 왔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LA) 시장 예비선거 개표가 우편투표 집계로 지연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초 미국 언론에서는 보수 우위의 대법원 구성을 고려할 때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번 판결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은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4년 미국 총선 당시 75만장이 넘는 우편투표 용지가 선거일 이전 소인이 찍힌 상태로 발송돼 선거일 이후 유예기간 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추진하는 SAVE 법안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 연방대법원에서 유권자의 권리와 관련해 엄청난 패배가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람들에게 불법 투표할 시간을 주는 판결”이라며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유권자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시민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우편투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 세 가지 SAVE 법안 요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전날 이번 주 하원을 소집해 SAVE 법안을 예산조정 절차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에서 단순 과반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일반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수 있는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해 SAVE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산조정 절차를 이용하면 50표만으로도 SAVE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이 법안이 예산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낸 엘리자베스 맥도너 상원 의사규칙관의 해임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공화당 내에서도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SAVE 법안에 찬성하지만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미치 매코널(켄터키) 등은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의원이 모두 반대할 경우에도 예산조정 절차를 통한 법안 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 특히 캐시디 의원의 경우에는 SAVE 법안을 지지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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