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의 심경 고백' 손흥민, "꿈의 무대 무너졌어...죽기 살기로 다시 뛸 것, 선수들은 응원해 주시길” (전문)

[포포투=김아인]
캡틴 손흥민이 사상 초유의 월드컵 조별리그 32강 탈락 참사 이후 처음으로 무거운 심경을 고백했다.
손흥민은 30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른 척할 수도, 현실을 피하고 싶지도 않다”라며 운을 뗀 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는 감히 실망과 상처를 담아낼 수 없어 그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이어 “제게도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지금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손흥민의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은 그야말로 잔혹했다. 체코와 멕시코를 상대한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각각 68분, 57분이라는 짧은 시간만을 소화하며 이렇다 할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대회 내내 손흥민 기용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운명이 걸린 남아공과의 3차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상대의 힘이 빠진 후반전에 공간이 생겼을 때 투입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 모험은 최악의 패착으로 돌아왔다. 전반전 내내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한국은 후반에 교체 투입된 손흥민마저 고립되며 0-1로 무릎を 꿇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 후 “전반에 손흥민 없이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고, 후반에 손흥민이 들어갔을 때는 이미 상대가 자신감을 얻어 흐름을 돌리기 불가능했다”라며 벤치 전략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을 LAFC로 옮긴 손흥민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이 A조 2위 이상으로 통과했다면, 32강전은 수많은 한인 교민이 집결한 '안방' LA 스타디움에서 사실상 홈경기 이점을 누리며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단 승점 3점에 그치며 미국 국경선조차 넘지 못했다. 서른넷의 캡틴에게 커리어 역사상 가장 무기력하고 잔인한 월드컵 엔딩이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현실적으로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4년 뒤 38세가 되는 나이를 고려하면 차기 대회 참가를 기약하기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지탱해 온 에이스의 라스트 댄스는 그렇게 허망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다시 일어서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그는 “말보다 다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 팬분들이 저를 찾으실 때까지, 필요로 하실 때까지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시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모든 선수에게 너무 많은 비판과 상처를 주기보다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동료들을 감쌌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게시물 전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현실을 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축구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약 이런 경기를 지켜봤다면 정말 안타깝고,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는 감히 팬분들의 실망과 상처를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아 그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매일, 매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팬분들께 이 말씀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도 누구보다 소중한 대회였고, 제가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큰 실망과 상처를 안고 계실 팬분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 팬분들이 느끼시는 마음도 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무대를 위해 정말 많은 것들이 희생되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시간과 마음, 그리고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에 끝내 보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저 역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말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저희를 믿고 응원해 주시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렇게 말로 다 표현하기보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축구 팬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저는 다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습니다. 팬분들과 했던 약속은 절대 잊지 않았습니다. 팬분들이 저를 찾으실 때까지, 저를 필요로 하실 때까지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시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 속에서 팬분들께 또 한 번 부탁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비판과 상처를 주기보다는 정말 힘드시겠지만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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