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놓고… 與 “지역 균형 발전” 野 “국가 균열 발전”

29일 정부가 호남에 800조원 규모 반도체 공장 신설을 포함한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전남광주 경제계는 물론 교육감 당선인까지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경기·충청·영남은 물론 전북에서도 특정 지역 투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국가 균형 발전이 아니라 국가 균열 발전”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과 미래 산업 수요가 맞물린 국가 전략”이라고 했지만, 상대적으로 투자에서 소외된 지역 의원들은 지역 반발에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국가 전략 산업을 정치 논리로 배분하는 관치”라고 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광주는 어느 지역보다 훌륭한 반도체 팹(fab·반도체 공장) 입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광주상공회의소, 광주경영자총협회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입장문을 냈고, 국민의힘 전남도당도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됐다”고 환영했다.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혜진(45)씨는 “인구 유출을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남 해남 주민 김해운(63)씨는 “호남 역사상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는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고 했다.
반면 반도체 투자가 진행 중인 충청, 경기는 물론 대구·경북에선 야당 시·도지사와 의원을 중심으로 공개 반발과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충청권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자율 결정이라면서 왜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회장을 만나며, 청와대 주도로 청와대에서 대국민 보고 대회를 여는 것이냐”고 했다. 경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경기 화성을) 대표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지금도 평택에서 2028년, 2029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고, 용인은 국가가 강제 수용까지 해가며 ‘반도체의 자리’라고 못 박은 국가산단”이라며 호남 입지 선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했다.
대구·경북 단체장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광주·전남에 팹이 들어서면 대구·경북 470여 개 반도체 기업이 연쇄 이동하면서 지역 경제는 초토화될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오늘 정부 발표는 국가 균형 발전이 아니라 국가 균열 발전에 가깝다”고 했다.

야당 시·도지사와 의원 등이 중심이 된 반발에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호남을 지원하면 정치 도박이고, 영남을 지원해야 균형 발전이냐”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인은 “충청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지와 첨단 제조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정부 AI 대전환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도 지역 소외론이 부각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가 호남에 특혜를 줬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2028년 총선에서 호남 이외 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고전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정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된다면 국가 균형 발전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전북이 새로운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의 균형 있는 투자 배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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