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과 ‘1ㆍ2ㆍ3차 상생협약’…3.5조 금융지원에 납품단가 연동까지

최지희 2026. 6.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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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하 협력사 6700여개 수혜 전망
에너지ㆍ인건비 변동분 선제 단가 반영
공정위, 이행기업 하도급 모범업체 인센티브
재계 상생 표준 레퍼런스 모델 탄생 신호탄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과 손잡고 대ㆍ중소기업 상생 구조를 1ㆍ2ㆍ3차 협력사 전 거래망으로 확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공정위 위원장이 직접 체결식을 주관하고 그룹 계열사 12개와 1ㆍ2차 협력사를 단일 협약으로 묶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공정거래협약이 대기업 개별사와 1차 협력사 간 1:1 약정이었던 것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는 29일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삼성 12개 계열사 및 1ㆍ2차 협력사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1ㆍ2ㆍ3차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협약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물산(건설), 삼성물산(패션), 호텔신라, 제일기획, 세메스 등 12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대금 지급 조건 개선과 금융ㆍ기술 지원의 하방 확산이다.

삼성은 1차 협력사에 대해 현행 하도급법상 지급 기한(60일)보다 훨씬 앞선 마감 후 10일 이내 지급 원칙을 유지하고, 현금성 결제 100%를 이어가기로 했다. 1ㆍ2차 협력사들도 그 이하 거래사에 마감 후 30일 이내 지급 등 합리적 기한 운영에 동참한다.

금융 지원 규모도 상당하다. 삼성은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와 ESG펀드를 운영해 협력사의 시설 투자, 기술 개발, ESG 전환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단독으로만 상생펀드 1조4000억원, ESG펀드 8000억원 등 2조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ㆍ운영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발표한 5조원 규모 사회 환원 약속 가운데 ‘2ㆍ3차 협력사 지원 및 산업재해기금 조성ㆍ운영’ 항목이 이번 협약에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변동분의 선제적 납품단가 연동이다.

현행 하도급법상 연동 의무 대상이 아닌 항목까지 삼성이 자율적으로 단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협력사의 원가 변동 리스크를 대기업이 먼저 흡수하겠다는 취지로, 업계에서는 실질적 상생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협약 이행 인센티브 구조도 정교하게 짜였다.

공정위는 협약을 성실히 이행한 기업에 대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대상 하도급거래 모범업체로 선정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도 상생결제시스템 도입ㆍ이행 협력사에 종합평가 가점, 상생펀드 지원 확대, 우수 협력사 시상 등 다층적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협약을 지키면 거래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번 협약이 갖는 파급력은 삼성 자체 거래망을 넘어선다. 삼성이 먼저 협약 모델을 세움으로써 SK, LG, 현대차 등 다른 주요 그룹에 사실상 참여 압력이 걸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상위 그룹이 순차적으로 유사 협약을 맺을 경우 납품단가 연동, 기술자료 보호, 대금 지급 조건 등에서 사실상 ‘재계 공통 상생 스탠더드’가 형성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반 적발ㆍ제재 중심이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그룹 단위 상생 로드맵을 공정위와 함께 이행하는 경로를 처음 만든 것”이라며 “협약 이행 실적은 향후 법ㆍ가이드라인 개정의 근거 데이터로도 활용될 수 있어, 대기업과 협력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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