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으로 쪼그라든 ‘서성동 여성인권 기억공간’
창원시, 부지 165㎡서 10㎡로 줄여
건축물 대신 표지석 정도 설치키로
여성단체 “소통 없이 축소돼” 반발
속보= 창원시가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공간에 추진했던 ‘기억공간’을 표지석 규모로 축소하고 시설 명칭도 ‘기타’로 변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초 여성 인권과 성매매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상징 공간으로 추진됐던 공간이 대폭 줄어들자 도내 여성계는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수렴 없이 사업 취지가 훼손됐다”며 결정 과정의 경위 공개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18일 5면)

창원시는 지난 2024년 6월 공원조성계획 변경 고시를 통해 기존 ‘기억공간’으로 명시했던 시설명을 ‘기타’로 변경하고, 집결지 내 최대 업소인 ‘우정집’ 철거 부지 1325㎡ 가운데 ‘기억공간’ 예정 부지를 기존 165㎡에서 10㎡로 축소했다. 같은 부지 내 ‘문화마당’은 기존 1155㎡에서 1315㎡로 확대됐다.
창원시 푸른도시사업소와 여성가족과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월 공원조성계획 결정 고시를 통해 165㎡ 규모의 기억공간 조성 계획을 반영했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같은 해 2월 정정 고시를 내고 기억공간의 유형 및 규모를 미정으로 변경했다. 이후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공간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표지석 정도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해 10㎡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부지 규모가 줄고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는 형태가 되면서 시설명도 ‘기타’로 변경해 2024년에 고시를 냈다.
시 관계자는 “시설명은 바뀌었지만 성매매 집결지 역사나 기억 등이 담긴다는 취지는 유지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는 향후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기억공간’을 주장해온 여성단체들은 시의 변경 추진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시는 집결지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을 해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통 과정이 생략된 채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공간이 지닌 여성 인권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며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변경됐는지 설명을 요청하고, 기억공간 외에도 시정 공백 상황 속에서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사업들을 전면 검토할 것을 새로운 시정에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자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성매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픈 역사라 할지라도 이를 기억하고 되짚을 공간이 꼭 필요한데도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마산항 개항 이후 110여 년간 이어져 온 성매매 집결지로, 창원시는 지난 2020년 이 일대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기본 계획’을 마련해 정비를 완료하고 문화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근아 기자 gun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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