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새 거점 ‘광주·서남권’ 콕 집었다

조태훈 기자 2026. 6. 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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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새 단지 광주 후보지로 계획"
최태원 "서남권에 400조 투자할 것"
"광주, 인프라와 인센티브 지원 기대"
"서남권, 부지·용수 등 제반 요건 충족"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삼성은 광주를 반도체 생산단지 후보지로, SK는 서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내놨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호남권이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 논의에 포함된 것이다. 삼성은 광주의 전력·용수·인력 확보와 인프라·인센티브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고, SK는 대규모 부지를 비롯한 제반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으로 서남권을 꼽았다.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에는 기업 구상을 현실화할 기반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삼성, 광주 새 거점 검토…속도전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여러 지역 중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 인프라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로 인해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대통령님 말씀대로 속도전"이라고 했다.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한 배경으로는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 여건을 들었다. 인프라와 인센티브 지원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삼성은 지역별 투자 방향도 내놨다. HBM 등 첨단 패키징과 기존 반도체 후공정은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한다.

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한다.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는 울산을 중심으로 투자한다.

차세대 조선 사업은 경남 거제에 투자를 이어간다.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부산 공장을 중심으로 확대한다. 바이오 사업은 인천 송도에 집중해 세계 최대 바이오 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K, 서남권 400조 구상…AI·메모리 대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 용수, 인력이 필요하다"며 "제반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SK가 제시한 서남권 구상은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기반 확충 계획의 한 축이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설이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AI 팩토리"라며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수출하고 국내 지능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우선 전력과 부지를 갖춘 여러 지역에 5GW 규모를 나눠 구축하고, 이후 10GW를 순차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AI 활용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D램 증산을 위해 용인에 약 600조원, 낸드 증산을 위해 청주에 약 100조원을 앞당겨 투자한다. 당초 2045년 완공 예정이던 용인 클러스터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최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9년이 걸렸다"며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지금부터 부지 선정과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과 청주 증설 이후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서남권을 추가 생산 기반으로 제시한 셈이다. 용인·청주·서남권을 합친 반도체 공급 확대 계획은 1천100조원 규모다.

최 회장은 "전기와 부지, 용수, 메모리 사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단계적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투자 여건 마련 과제
삼성과 SK의 발표에는 공통된 전제가 담겼다. 전력과 용수, 부지와 인력, 기반시설과 행정 지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광주 후보지 검토 배경으로 전력·용수·인력 확보와 인프라, 인센티브를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서남권 클러스터 조성에 대규모 부지와 전력·용수·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단지와 AI 데이터센터는 기업 투자만으로 조성·가동되기 어렵다. 산업단지 조성, 송전망과 산업용수 확보, 도로와 정주 여건, 인허가와 지원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기업이 언급한 전력·용수 여건 역시 지방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와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분야다.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는 이를 공동 과제로 묶어낼 조정력이 요구된다. 권역별 역할과 기반시설 우선순위, 재정 분담과 행정 지원 방식을 정리해야 후보지 검토와 투자 구상이 후속 협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균형발전을 위해 정주 여건 개선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면서 "반도체 기업이 성장하면 정부에 부담하는 세금도 늘어나는 만큼 동업자의 정신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