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스페이스X 상장…'역대급 IPO'의 여파는?

고진경 2026. 6. 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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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상장은 글로벌 자본 시장의 흐름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미래 산업으로 분류되던 우주 경제가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거대한 투자처로 변모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우주 인프라로 쏠리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시중 유동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증시에는 큰 충격파가 일었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혼란은 더 커졌는데, 관련 ETF 상품들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사상 최대 자본 조달…'시총 2조 달러'로 시작

스페이스X는 6월 12일(현지시간) 상장을 통해 750억 달러(약 1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본을 단숨에 조달했습니다.

이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세웠던 기존의 세계 최대 공모액 기록인 294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시가총액은 증시 데뷔와 동시에 2조 달러를 상회하면서 글로벌 시총 상위권에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이스X는 초대형 IPO를 마친 데 이어 채권 발행까지 나서며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장 열흘 만에 2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8조 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다소 냉담했습니다.

주문액은 850~900억 달러로, 올해 미국 투자등급 채권 거래의 평균 청약배율인 발행액 대비 4배에는 다소 못 미쳤습니다.

수요가 가장 집중된 구간도 만기가 가장 짧은, 즉 위험이 가장 낮은 단기물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의 중장기 성장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 겁니다.

주가 역시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 3거래일간 급등한 스페이스X는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습니다.

특히 6월 22일(현지시간)에는 주가가 16.4% 폭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4,008억 달러 증발했습니다.

이는 미국 기업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일일 시가총액 감소 규모입니다.

◇ 전 세계 자금 한 곳에…플랫폼 마비 사태

이 같은 극심한 주가 변동성에도 스페이스X의 IPO는 여러 기록을 남겼습니다.

스페이스X의 상장 첫날인 6월 12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는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기록적인 매수세가 집중되었습니다.

5억 주 이상의 거래량이 쏟아지면서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 첫날 기록했던 5억8천만 주에 근접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문 금액은 1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150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최대 주식 매매 플랫폼인 로빈후드에 트래픽이 폭주하며 5천여 건에 달하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로빈후드 측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트래픽으로 인해 지연 현상과 간헐적인 접속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일었습니다.

서학개미들은 상장 첫날 스페이스X를 1조 2천억 원 넘게 사들이며 우주 산업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ETF 시장에서도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습니다.

미국 증시에서는 2배 레버리지 상품 등 스페이스X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쏟아졌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TIGER 미국우주테크, KODEX 미국우주항공 등 스페이스X를 편입한 ETF 상품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이후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관련 ETF들의 수익률도 널뛰기를 했습니다.

이들 ETF는 스페이스X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어, 당분간 우주항공주의 주가 변동폭이 커질 전망입니다.

◇ 임직원 수천 명, 하루아침에 '벼락부자'

스페이스X는 증시 밖에서도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회사 초기 지분과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임직원 수만 명은 스페이스X 상장과 동시에 하루아침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백만장자가 된 전·현직 직원만 4,400여 명에 달하고, 이 중 약 400명은 1억 달러 이상을 손에 쥔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해 83세가 된 뮤추얼 펀드 매니저 론 배런이 대표적 인물입니다.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을 때 1억 달러를 빌려준 배런은 2017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220억 달러(약 33조4천억 원)에 불과했을 때 투자에 나섰습니다.

20년 넘게 스페이스X에서 일해온 귄 숏웰은 지분 가치가 주당 2주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때부터 보유해 가치가 2,800만 달러로 불어나게 됐습니다.

이 밖에 급여 일부분을 꼬박꼬박 자사주 매입에 써 온 직원, 수년 동안 회사 보너스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은 직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벼락부자'가 됐습니다.

이는 19세기말 미국 산업화 시기에 철도와 석유 인프라를 장악한 소수의 독점 자본가들에게 국부 수준의 부가 집중되었던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를 떠올리게 합니다.

꽃을 피우기 시작한 우주 산업이 과거의 금과 같은 막대한 부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겁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신흥 기술 귀족 계급이 향후 글로벌 부의 분배 지형과 경제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