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도체 대전환①] 삼성·SK, 호남으로…'초격차 지도' 다시 그린다

신승훈 기자 2026. 6. 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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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메가프로젝트와 맞물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평택서 호남까지…전국 단위 공급망 재편 시동
국가균형발전·공급망 안정·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출처=연합]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존 수도권 중심 생산거점에 더해 호남권을 차세대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제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전국 단위 공급망 체제로 확장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피지컬AI를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새 성장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계해 호남에 전공정·후공정 생산기지가 구축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은 수도권 집중 구조를 넘어 전국형 초격차 공급망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단순 증설 차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지도 재설계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도권과 서남권 생산기지, 충청권 패키징기지, 동남권 소재·부품·장비 거점을 연결해 전국 단위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반도체 생산, 첨단 패키징, 소부장, AI 데이터센터, 전력·용수 인프라를 하나의 산업망으로 묶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광주를 신규 반도체 팹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 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전력, 용수, 인력 확보와 인프라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광주 신규 팹과 함께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은 단순 후공정이 아닌 메인 팹 수준의 정밀 공정을 요구하는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광주 신규 생산기지와 충청권 HBM 패키징 거점이 연결되면 삼성의 AI 반도체 공급망은 수도권과 충청, 호남을 잇는 구조로 확장된다.

SK하이닉스도 서남권을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성능과 사용이 늘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

◆생산·패키징·소부장 잇는 반도체 벨트…초격차·균형발전 동시 겨냥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고 용인 D램 증설에 600조원, 청주 낸드 증설에 100조원 투자를 추진한다. 여기에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신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더했다. 용인과 청주, 서남권을 합치면 SK의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는 총 1100조원 규모에 달한다.

호남 클러스터는 우선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반도체 팹은 대규모 전력과 용수, 넓은 부지,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도권은 기존 산업 생태계와 인력 접근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토지 비용, 전력망 확충, 용수 확보, 인허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와 전력·용수 확보 가능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반을 갖춘 후보지로 평가된다.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반도체 팹이 들어서면 장비, 소재, 부품, 특수가스, 폐수처리, 전력, 물류, 유지보수, 연구개발, 인력양성 기관이 함께 움직인다. 단일 공장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 생태계 전체를 고도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호남권이 첨단 제조업의 새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경우 청년 인재 유입과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정부 지원은 투자 현실화의 핵심 변수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안은 비수도권 클러스터에 대한 기반시설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되고 있다. 전력·용수·폐수처리·도로 등 산업기반시설 비용을 원칙적으로 절반 이상 지원하고 이중화 시설이나 균형발전 기여 사업은 최대 전액 지원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팹 투자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기반시설 비용과 인허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부도 전국 단위 반도체 생태계 구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업들의 투자를 반영해 수도권과 서남권에는 생산거점, 충청권에는 패키징 거점, 동남권에는 소재·부품·장비 혁신 거점을 조성해 대한민국 전체를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특히 서남권을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그는 "총 80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겠다"며 "인허가부터 건축 기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해 생산능력을 신속히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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