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막으려다⋯ 휴대폰 안면인증, 시행 앞 오류•거부감에 현장은 ‘막막’
안면인식의 기술적 완성도와 원하지 않는 고객에 대한 대체수단 미비, 보안환경 취약, 실효성 문제 등 부각

정부가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등 주요 범죄 악용되는 휴대전화 부정 개통, 이른바 ‘대포폰’ 근절을 위해 추진하는 ‘휴대폰 개통 시 안면인증을 의무화하는 제도(휴대폰 안면인증)의 시범 운영이 30일부로 종료된다. 시행을 눈앞에 앞뒀지만 여전히 문제가 산적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 달부터 휴대폰 안면인증을 시행한다. 휴대폰 안면인증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본인 확인 서비스 ‘패스(PASS)’에서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통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범 운영 기간 중에도 이용률이 낮았고, 의무화 이후에는 개통 절차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한 대리점 업주는 “시범 운영 기간 중에 안면인증을 이용한 분은 많지 않았다. 안면인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아예 꺼리는 분들도 있었다”며 “대체 인증수단 없이 의무화되면 솔직히 막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면인식 인식률 저조도 문제다. 조명과 촬영 각도에 따라 인식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고령층의 낮은 인식률과 위·변조 신분증에 대한 식별 한계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게다가 안면인증에 실패하거나 생체정보 제공을 원치 않는 이용자를 위한 대체 인증 수단도 확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모바일 신분증, 주민등록초본, 상담원 영상통화 기반 화상 대면인증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우리 사회 보안환경 전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안면인증을 통해 생체정보를 의무 제공해야 한다는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지난해 해킹 관련 문제로 눈총을 샀고,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통합행정 서비스 포털 ‘정부24’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국가유산청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는 등 민간·공공을 가리지 않고 전 분야에서 걸쳐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는 게 유통 현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법적 근거 부족과 휴대폰 안면인증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디지털정의네트워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정보인권연구소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에 생체인식정보를 활용한 본인확인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나며 개인정보보호법상 ‘자유로운 동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휴대폰 안면인증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대포폰 근절 효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대포폰 이용자의 70% 이상이 외국인인데 내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포폰 근절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취약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휴대폰 유통 현장의 혼란만 키울 수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의 안정성을 보강한 뒤 시행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