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사퇴에 박문성 해설 위원 작심 발언..."안 했으면 더 큰 후폭풍"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박문성 해설위원이 홍명보 감독의 사퇴와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홍명보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결론은 사퇴였다. 홍 감독은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박문성 위원은 홍 감독의 사퇴가 불가피했다고 봤다. 그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퇴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장 좋은 멤버로 가장 좋지 않은 월드컵을 치렀다. 새벽에 사퇴하지 않았다면 더 큰 후폭풍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퇴 발표 방식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홍 감독이 입장문을 읽고 곧바로 자리를 떠난 장면을 두고 “입장문을 그냥 읽고 나가는 모습이 억지로 사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 자리였지만,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는 의미였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체코전 역전승으로 출발했지만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에서 연이어 무너졌다. 특히 남아공전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답답한 경기 끝에 0-1로 패했다. 결국 자력 진출 기회를 놓친 뒤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렸고, 최종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박 위원은 월드컵이 한국 사회와 축구 산업에서 갖는 의미를 짚었다. 그는 “축구판에 돈이 돌아가는 것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월드컵이라는 게 절대적인 포지션을 차지한다. 스폰서가 몰려 있다. 축구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살아가다 보면 하나로 뭉쳐 소리 내기 쉽지 않다. 단일 이슈로 대통령 선거와 월드컵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망쳐버린 월드컵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거지? 그냥 물러나면 끝인 건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전술적 문제도 강하게 꼬집었다. 박 위원은 남아공전에 대해 “상대 전술을 파악하는 데 게을렀다. 남아공 감독은 한국은 예상한 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이 예상했던 방식으로 나왔다고 언급했다. 상대가 준비한 대로 움직였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전술이 읽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박 위원은 대표팀의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은 딱 맞춰서 플레이하는 게 없었다. 선수들의 개인기, 이강인 선수의 번쩍이는 개인 능력을 끌어올려서 하는 걸 봤지만, 여러 선수들이 하나 된 몸처럼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분노했다.
이는 홍명보호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조직적인 공격 패턴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서 개인 능력에 기대는 장면은 있었지만, 팀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부족했다.

박 위원은 문제의 원인을 감독 개인을 넘어 대한축구협회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야 하고,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야 한다. 축구협회는 마음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 마음을 못 사면 회장 자리가 넘어간다든지, 감독을 못 한다든지 이런 게 없다. 경쟁하지 않는 조직이다. 그냥 고여 있는 조직이다”라고 비판했다.
팬심과 민심이 협회 의사결정 구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표팀 성적이 추락하고 팬들의 분노가 커져도 협회 내부 권력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비판이 반복돼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축구계 내부 단체들의 움직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지도자협의회가 지난 선거 때 ‘한국 축구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지도자, 한국 축구 다 죽는다’ 이렇게 반대를 했다. 그런데 돌연 선거를 앞두고 정몽규 회장 지지 선언을 하더라. 왜 그랬겠는가?”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방식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박 위원은 “회장 선거라고 하는 게 지금 간접 선거다. 한 200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꾸려서 하게 된다. 체육관 선거다. 지금 전체 우리 축구 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계신다. 근데 200명도 안 되는 선거인단으로 민심과 민의가 제대로 이 회장 선거에 투영될까? 저는 되게 왜곡 현상이나 굴절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협회장 선거 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축구 전체를 대표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제한된 선거인단을 통해 뽑히는 구조에서는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팬들의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박 위원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도 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대한체육회에서 모든 단체의 회장 선거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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