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앞두고 또 폭격 주고받은 美·이란… 30일 카타르 담판 앞두고 짙은 ‘회의론’
도하 회담 앞두고도 ‘강대강’ 대치
이란 “호르무즈 전역이 우리 것”
미국 “해협 불법 통제 불가”
미국과 이란이 휴전 2주 만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다시 서로를 폭격했다. 두 나라는 28일(현지시각)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다시 마주 앉기로 했다. 당초 회담은 스위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등 양해각서 후속 의제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이번 나흘간 발생한 충돌로 장소와 의제가 모두 바뀌었다. 한쪽이 정전을 깨면 다른 쪽이 보복하는 장면이 되풀이된 직후 나온 합의여서, 회담이 열려도 합의가 굴러갈지를 두고 회의론이 크다.

26일 충돌은 이달 17일 서명한 양해각서(MOU)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탓에 시작됐다.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남쪽이든 북쪽이든 전체가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 대신 맞은 편 오만 해안을 따라가는 남쪽 항로를 열어 이란을 거치지 않고 선박을 통과시키려 했다.
미국이 미는 오만 쪽 남쪽 항로는 새로 뚫은 길이 아니다. 이란과 오만은 과거 호르무즈 해협 통항분리방식(TSS)을 함께 제안했다. 1968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이를 채택하면서 이란 수역을 끼는 북쪽 차선과 오만 수역을 끼는 남쪽 차선이 6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었다. IMO 대피 계획에 따르면 북쪽 항로를 이란이, 남쪽 항로를 오만이 관리한다. 미국은 이 구분을 근거로 남쪽 항로는 이란 소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 18일 이란 항구 봉쇄를 풀면서 해군합동해사정보센터(JMIC)를 통해 선박들에 ‘오만 쪽 해안에 붙어 가라’고 권고했다. 26일에는 이 항로를 단일 차선에서 양방향 동시 통항으로 넓혔다.
반면 이란은 새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전체가 자국 관할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란은 25일 오만 쪽 항로를 지나던 파나마 선적 유조선 키쿠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본토를 타격했고,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공습을 이어갔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사흘 동안 이란 표적을 10차례 때렸다고 밝혔다. 이란은 28일 새벽 바레인 미 해군 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 알살렘 공군기지를 포함한 미군 표적 8곳을 드론과 미사일로 보복하며 공습 강도를 더했다. 미군과 미군 기지가 입은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타르에서는 국민 1명이 군사 작전에서 날아온 파편에 맞아 숨졌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르무즈 해협 관리 권한은 이란에만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현재 수행 중인 방식과 다른 새롭거나 별도의 조정을 수립하려는 어떤 시도도 추가적 복잡성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 지연, 긴장 고조만 부른다”고 했다. 미국은 마이크 월츠 주유엔 대사가 같은 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나와 “이란이 국제 수로를 불법적으로 통제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선 27일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회담을 잡아놓은 두 나라가 군사작전에 나설만큼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30일 카타르 회담에서 실제 논의가 발전적으로 굴러갈지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사정에 밝은 미 정부 인사를 인용해 “협상이 28일 기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최고지도자 저작물 출판실 소속 메흐디 파젤리가 28일로 예정됐던 기술 협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이틀간 공습이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1조를 위반했다”며 “모든 절차의 완전한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담 테이블에 앉을 미국 측 인사도 합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미 실무 협상단을 닉 스튜어트가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스튜어트는 친이스라엘 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로비 조직에서 일하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사무실에 합류한 인물이다. 합류 이후에도 줄곧 이란 현 정권과 협상 자체에 반대했다. 그는 2024년 10월 한 패널 토론에 나와 “현 이란 지도부 가운데 누구도 신뢰할 만한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현 대통령조차 “권위주의 정권의 일부”라며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강경파다.
협상단을 제외한 이란 지도부에서도 합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8일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에 전쟁을 벌인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이런 범죄자들을 반드시 체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한했다. 하메네이 보좌관 모하마드 모크베르는 같은 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실수가 될 것”이라며 “해협이 우리의 확고한 통제 아래 있는 한 미국의 패권 야욕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레바논 전선도 합의에 변수가 되고 있다. 17일 맺은 양해각서는 특정 쟁점을 논의하기 전에 모든 전선에서 전투가 끝나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헤즈볼라와 교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26일 미국이 중재한 틀 합의에 서명했지만, 협상 당사자가 아니었던 헤즈볼라가 무장 해제 요구를 거부하는 상태다. 28일에도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 병사 1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군은 이를 이유로 같은 날 남부 레바논을 타격하는 등 지난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정전을 미국과의 합의 이행 전제로 보고 있어, 레바논 상황이 미·이란 협상의 또 다른 고비로 작동할 전망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하산 아마디안 테헤란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이번 충돌이 “이란으로 하여금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를 아예 멈추게 만들 수 있다”며 “다른 충돌이 이어질 경우 미국과 이란이 서로 보복을 주고받는 도미노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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