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첨단산업 지방 이전 외치면서 핵심 인재 붙잡을 ‘RSU 세제 당근’ 뺐다[Pick코노미]

김병훈 기자 2026. 6. 2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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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인공지능(AI)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정부 구상에서 정작 핵심 인재를 붙잡을 보상 카드는 빠졌다.

RSU는 임직원의 성과와 기업가치 상승을 주식으로 연결하는 보상 제도다.

KDI도 재경부에 제출한 'AI 등 이공계 인재 성과보상체계 개편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기업이 시장 가치에 따라 핵심 인재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책정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RSU 세제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는 주식 보상을 받을 때 현금 유입 없이 세금부터 부담해야 하는 현행 구조가 기업과 임직원 모두 RSU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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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비과세·과세이연 필요” 제언
올 세법개정안선 RSU 지원 제외
스톡옵션은 2억 비과세·5년 분납
한화 RSU 1.6억, 5년 뒤 46억 추정
AI 인재 순유출에 지방 유치 난항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뉴스1

반도체·인공지능(AI)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정부 구상에서 정작 핵심 인재를 붙잡을 보상 카드는 빠졌다. 2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이 담기지 않는다. 재경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용역 보고서에서 RSU 비과세 특례와 과세 이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세정 당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RSU는 임직원의 성과와 기업가치 상승을 주식으로 연결하는 보상 제도다. 일정 조건을 채우면 회사 주식을 받는 구조여서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가 커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금 보상만으로는 빅테크와 경쟁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장기 성장의 과실을 인재와 나누는 방식으로 보상 격차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거점 조성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RSU는 인재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석·박사급 고급 인재에게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옮길 유인을 주려면 단순 연봉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기업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AI 스타트업까지 RSU를 현실적 대안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제도 확산은 더디다. RSU는 2024년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스톡옵션과 달리 별도 세제 혜택이 없다. KDI도 재경부에 제출한 ‘AI 등 이공계 인재 성과보상체계 개편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기업이 시장 가치에 따라 핵심 인재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책정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RSU 세제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담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는 RSU의 파급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DI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급 임원이 2021년 연봉 2억 원의 80%인 1억 6000만 원어치 RSU를 약정받았다고 가정했다. 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5년 뒤인 올해 실제 지급액은 약 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의 현금 지급 능력에 묶이는 연봉과 달리 주식 보상은 회사 가치가 오를 때 보상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미래 기업가치 상승분을 임직원과 나누는 보상 제도로 핵심 인재를 장기간 붙잡아두는 ‘황금 수갑’으로 불리며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지방 이전의 핵심 유인책으로 꼽힌다. 일러스트=챗GPT

글로벌 기업들도 장기 주식 보상을 인재 유지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약 15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 규모의 RSU를 지급한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최근 2.7%까지 낮아졌다. RSU와 유사한 선지급형 주식 보상(RSA)을 현금 보상과 병행하는 대만 TSMC의 이직률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연간 이직률은 10.1%로 엔비디아(2.5%), TSMC(3.5%)보다 높았다.

국내에서도 한화·네이버·쿠팡 등 일부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이 RSU를 도입했지만 활용 범위는 주로 임원급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AI 엔지니어 등 기술 인력 전반으로 확대하려면 세 부담을 낮추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RSU 도입 장벽 1순위로 ‘세제 혜택 미비로 인한 임직원의 세 부담’이 꼽혔다.

가장 큰 문제는 주식을 받는 시점과 세금을 낼 시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KDI는 주식 보상을 받을 때 현금 유입 없이 세금부터 부담해야 하는 현행 구조가 기업과 임직원 모두 RSU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봤다. 한화가 RSU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함께 지급하는 것도 임원들이 세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면서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설명이다.

스톡옵션과의 형평성 논란도 크다. 벤처기업 스톡옵션에는 행사 이익 연 2억 원까지 비과세, 세금 5년 분납, 주식 매각 시점에 양도소득세로만 내는 과세특례 등 세 가지 조세 지원이 마련돼 있다. 반면 RSU에는 이 같은 장치가 전혀 없다. 지난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RSU에 스톡옵션과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재경부는 과세 형평성과 근로소득세 과세 기반 잠식을 이유로 반대했고 법안은 장기 계류 중이다. 고소득 핵심 인력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근로소득을 양도소득으로 바꾸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해외 주요국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스타트업 직원이 주식 보상을 받을 때 발생하는 세금 납부를 주식 매각 등 유동성이 생기는 시점까지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주식을 받는 순간 현금 유입 없이 세금을 먼저 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드라이 인컴’ 부담을 줄인 것이다. 프랑스는 설립 15년 미만 스타트업 전용 주식 인센티브 제도인 BSPCE를 통해 사회보장 분담금을 전액 면제하고 30%의 단일세율로 과세해 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인재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독일·미국·영국 등은 AI 인재가 순유입되는 반면 한국은 AI 분야 종사자 1만 명당 0.35명이 순유출되는 국가로 분류됐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호남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까는 것의 난이도가 1이라면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은 100배, 1000배 더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첨단산업 이전은 전력과 물이 아니라 인재로 완성된다”며 “독일처럼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한정해서라도 RSU 과세 이연이나 비과세 혜택을 먼저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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