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축구가 아니라 재앙이다…대통령도 ‘칼’ 빼든 대한축구협회 카르텔 [월드컵]

권준영 2026. 6.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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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콕’ 찝은 이재명 대통령 “인사가 만사”…체육 행정 개혁 공식화
문체부 쇄신 예고…여야 “홍명보 사퇴·대한축구협회 전면 개혁” 한 목소리
월드컵 참사 ‘후폭풍’ 일파만파…축구 넘어 정치권 핵심 이슈로

한국 축구의 월드컵 참사가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정치권 공세로 번지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32강 진출에 실패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체육 행정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개혁 기조를 분명히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근본적인 쇄신을 주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까지 대한축구협회(KFA) 운영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혁 요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임 명예 프로축구단장이자 심정적 붉은악마로서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면서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팀 성적 부진을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닌 인사와 조직 운영의 실패로 규정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단체의 운영 방식에도 직접 메스를 들이댔다. 이 대통령은 “공사 구별을 못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와 견제, 문책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결국 모든 조직은 민주적 구성과 통제, 권한과 책임의 일치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단체도 소수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가 아니라 관련 체육인 모두가 참여하는 직선제를 도입하도록 행정지도를 지시했고,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체육단체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위해 엄격한 감시·견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행위와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월드컵 출전에도 많은 국민 혈세와 국가적 지원 역량이 투입되는 만큼 문체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와 개선 대책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국민들께 깊은 실망을 안겨드린 점 매우 송구하다”면서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 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이날 엑스(X)를 통해 정부 차원의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최 장관은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잡은 근원이었는지, 그동안 숱하게 이야기해온 수많은 논의들을 정리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너무나 아쉽고 속이 상한다”면서 “수렁에 빠져버린 한국 축구,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6일 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을 했다. 훈련에 앞서 홍명보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달라하라=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에서도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수들에게는 격려를 보내면서도 홍 감독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스포츠는 언제나 승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흘린 땀과 노력에는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면서도 “결과에 대한 평가는 감정이 아닌 냉철한 분석으로 이뤄져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강한 대한민국 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며 “홍 감독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이제는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휘봉을 내려놓아 주시길 바란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격려하고 시스템은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대한민국 축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전반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국민의힘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대한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조준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유리한 조 편성을 받고도 굴욕적인 성적을 낸 가장 큰 이유로 홍 감독의 무능과 작전 실패가 지적된다”고 밝혔다.

이어 “2년 전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홍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질타하면서 감독 재선임과 대한축구협회의 파벌주의 혁파 등 대대적인 쇄신을 촉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홍 감독의 즉각적인 사퇴와 대한축구협회의 해체 수준의 전면 개혁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홍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의원은 “홍명보 리더십 부족의 참사다. 권위적 전술로 선수들을 입틀막했다”면서 “손흥민은 벤치에 앉히고 철 지난 스리백 전술로 공격수를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6일 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을 했다. 훈련에 앞서 홍명보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달라하라=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를 정조준했다. 송 의원은 “이번 월드컵 결과는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부터 예견된 참사였다. 과정부터 공정하지 않았다”며 홍 감독 선임 절차의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홍 감독을 선임한 문제의 11차 회의 문건이 존재함에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국회에서 회의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면서 “반면 당시 참석했던 김정배 상근부회장은 자격 없는 불법적인 회의였다고 토로했고, 홍 감독 본인 역시 선임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경질,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승부 조작 관련자 사면 추진 등을 언급하며 “무능과 무원칙의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더 큰 문제는 축구협회가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은 상대 팀이 아니다. 카르텔과 무원칙,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대한축구협회”라며 “정몽규 회장은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사퇴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 몇 가지 규정을 손보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참사는 우연히 반복되지 않는다. 잘못된 시스템을 방치할 때 반복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축구는 더 이상 국민의 축구가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문금주 의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직후 SNS를 통해 홍 감독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문 의원은 “이 좋은 선수들로 이것밖에 못하냐”라면서 “물러나는 걸로도 부족하다. 다시는 축구 감독으로 얼쩡거리지 말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개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대표팀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귀국길에 오른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고 밝혔다. 홍 감독과 함께 조현우,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백승호, 김문환, 이강인, 설영우 등 선수 8명이 28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출발해 미국을 경유해 귀국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별도의 귀국 행사는 없다”고 밝혔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공식 환영 행사 없이 귀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상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귀국 행사는 열렸지만, 당시 홍 감독과 선수단은 공항에서 일부 팬들이 던진 ‘엿 세례’를 받으며 거센 비판 여론과 마주한 바 있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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