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참사’에 또 책임진 홍명보, 12년 전과 달랐던 것은?[여기는 과달라하라]

홍명보 감독(57)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홍 감독은 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사퇴를 선언했다.
홍 감독은 하루 전인 28일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서 사퇴를 결심했다.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계약이 남았으나 “책임은 감독의 몫”이라던 자신의 입버릇처럼 깨끗이 물러났다.
홍 감독이 대표팀에서 중도 사퇴한 것은 12년 전인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홍 감독은 조별리그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사퇴 의사를 전달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유임을 권유하면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팬들의 거센 비판에 사퇴를 결심하는 아픔이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확고한 의사로 현지에서 물러나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브라질 월드컵과 달리 2년이라는 시간을 보장받았던 북중미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쉽다. 이번 월드컵의 주 전술로 다듬었던 스리백, 월드컵 성공을 위해 공들인 고지대 적응 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홍 감독 스스로 개막 전 기대하게 만들었던 최소한의 목표인 조별리그 통과조차 실패했기에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홍 감독은 “스스로에게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서 “대표팀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은 놓지 않았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말했다.
두 번의 월드컵을 실패한 홍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절차적 흠결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게 여전히 아쉽지만 잘한 것은 선수들의 공으로, 안된 것은 본인의 책임으로 여긴 채 떠나기로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한국 축구에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다. 홍 감독은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과달라하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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