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투자 논란에 주말 동안 폭풍글 올린 李

박상기 기자 2026. 6. 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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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통령, 두 개 전선서 싸워”
野의 비판에 글 7개 올리며 반박
전대 앞두고 친청계와도 신경전
오늘 ’2000조원 메가 투자' 발표

이재명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백조 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건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 때문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주말인 27일과 28일 X(옛 트위터)에 관련 글 7개를 연달아 올리며 적극 반박했다. 기업의 호남 반도체 투자가 사실상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모양새에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업 타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번 투자 결정이 정치권의 ‘닥치고 무조건 호남’ 압박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기업 팔목 비틀어 강요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 균형 발전을 이뤄내고 뿌리 깊은 지방 차별과 영·호남 갈등을 완화할 국가적 대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서남해안은 최첨단 미래 산업의 세계적 최적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올린 글 중에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돼지’가 누구인지 쓰지 않았다. 야권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유 전 이사장이 전날 김어준씨의 유튜브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자신감이 지나치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을 받아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여권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두 개의 전선(戰線)에서 대치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도체 호남 투자에 반대하는 야당, 그리고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 친정청래계와의 대치를 말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 50%가 위협받고 있다”며 “두 개의 싸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과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를 핵심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를 연다. 호남 반도체 외에 충청, 영남 등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까지 총 투자 규모는 200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야권 겨냥했나, 유시민 직격했나… 李 “돼지 눈엔 돼지가 보이는 법”

이재명 대통령은 주말 내내 X를 통해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해 제기된 ‘호남 특혜’ ‘사업 현실성’ 논란 등에 일일이 대응했다. 이 대통령은 28일 X에 올린 글에서 “호남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관련 기업의 결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반도체 산업 중심지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29일 청와대 행사에서 발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백조 원대 호남 반도체 투자는 기업의 ‘결단’에 따른 것이고, 정부는 지원 의사만을 밝혔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앞서 27일 X에 올린 글에서도 “이 일은 정확히 말하면 정부의 용수, 전력, 용지, 인프라, 인력 양성, 정주 여건 구축 등 기업 환경 조성과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여 결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건 직권 남용이나 강요·지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지도나 조성 행정이라고 한다”며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행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직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결과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호남이 ‘수도권 집중’ ‘영남 중심의 지방 전략’으로 2중의 차별을 겪어왔다며 이번 호남 반도체 투자가 “전화위복을 통해 상전벽해를 만들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하락세에 있는 대통령과 당 지지율, 명·청 갈등으로 지지층이 분열돼 있는 여권 분위기를 반전시킬 이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지난 2월 이후 6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지만 이달 들어 60% 아래로 내려왔고, 지난 26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51%까지 떨어졌다. 여당 관계자는 “기업에서 끌어낸 대규모 호남 투자는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신념에 따른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더 이상 물러서면 집권 2년 차에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감도 반영돼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신주류와 옛 주류 지지층인 친노·친문 세력 간 대결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 순방에 나서는 출국 행사에 김민석 총리는 부르면서 정청래 대표는 부르지 않아 ‘노골적인 김민석 밀어주기’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 이 대통령이 27일 ‘부처’와 ‘돼지’를 언급하자, 친노·친문 지지층에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겨냥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부처, 돼지 언급에 “원칙적 내용”이라며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유 전 이사장을 겨냥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28일 X에 유 전 이사장을 비판해온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의 5·18 관련 글을 공유하자 또다시 지지자 사이에선 유 전 이사장을 겨냥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2001년생인 정 부의장은 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며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최근 유 전 이사장은 그를 향해 “촉법, 용역 평론가” “천하고 상스럽다”고 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집권 2년 차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나올 여지가 없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진영 간 갈등은 더 격해지고 대통령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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