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절반이 만 13세…성범죄도 5년간 2배로 늘어
설문조사서 81% 촉법 연령 하향에 찬성
“낙인효과” vs “피해자 입장 고려해야”

● 검거된 촉법소년 절반이 만 13세
촉법소년 연령 논의는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은 2월 국무회의에서도 “압도적 다수의 국민은 한 살은 최소한 낮춰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성평등가족부는 사회적 대화협의체를 꾸려 연령 기준 조정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현행 연령 기준은 소년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70년 넘게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년의 신체·정신적 성숙도와 범죄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연령 하향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답변이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3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고, 반대는 13%에 그쳤다.
특히 정부가 조건부 하향 대상으로 검토하는 만 13세의 범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만 13세가 범행을 저질러 송치된 건수는 2021년 6302명에서 2023년 9686명, 지난해 1만485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 가운데 만 13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50.6%로 절반을 넘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도 2021년 398건에서 지난해 73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로 9일 경기 안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13세 중학생이 동급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고, 26일 충남 천안에서는 촉법소년들이 지적장애 학생을 집단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023년 충북 청주에서는 과거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을 받았던 학생이 만 14세가 된 뒤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20년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 “낙인효과 커질 것” vs “일부 범죄 연령 낮춰야”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입법 논의가 이어졌다. 22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이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연령 기준 조정을 제안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인 노수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는 “중대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는 건 죄명별로 형사 책임 능력을 달리 따지겠다는 뜻으로 형사법 이론상 부당한 처사”라며 “미성숙한 아동을 형벌 체계에 조기에 편입시켜 낙인효과를 높이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살인이나 집단 성폭행과 같은 강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제한적으로 낮추는 타협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 여론이 맞서면서 정부는 4월 말 협의체가 현행 유지 권고안을 내놓은 뒤에도 두 달 가까이 고심 해왔다.
또 중대한 범죄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지도 관건이다. 앞서 국회에 발의된 소년법 개정안들은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입법례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연령 하향 적용 대상 범죄를 구체화 할 예정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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