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칼럼] ‘호남 반도체클러스터’ 발목잡기 굿판을 치워라
법과 예산으로 물길 트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
'저주의 단어'로 발목잡기 정치인 똑똑히 기억해야

|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산업국장겸 대기자 | '호남권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두고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공세가 가히 '저주의 굿판'을 연상케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지역에 수백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하고, 정부가 인프라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국가 백년대계 앞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발목잡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주요 기업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반도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기업들의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두고 '정권 차원의 입지 강요'라고 어깃장을 놓았고, 한동훈 의원은 '영산강 물 부족' 수치를 들이댔다. 안철수·나경원 의원은 한술 더 떠 '직권남용'이라며 선동하고 있다. 나경원은 '삼전닉스 갈취·강제 징발'이라고도 표현했다. 여기에 유승민 전 의원까지 가세해 전력과 인력 문제를 제기하며 판 자체를 흔들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뜯어보면, 한낱 소음에 불과하다. 오직 '정권 흔들기'라는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패배주의적 냉소이자 악의적 프레임으로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 반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야권은 이 대통령과 이재용ㆍ최태원 회장의 연쇄 회동을 두고 "청와대가 신호를 보내고 기업의 팔을 비틀었다며"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특히 AI 고도화와 맞물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전체에 요구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로 RE100(재생에너지 100%)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RE100 이행률은 12%로 글로벌 평균(53%)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협력 업체에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가장 압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의 최적지는 호남권이다. RE100 달성이 필수적인 미래형 전·후공정 통합 팹의 입지로 호남을 검토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대단히 합리적이고 거시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한동훈을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국책연구원 자료 등을 인용하며 '영산강 유역의 만성적 물 부족'을 근거로 들이댄다. 하루 43만 톤에 이르는 산업용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또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저열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이미 정부는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비수도권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설치비를 최대 100%까지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초강수 법적 지원책까지 마련했다. "물이 없으니 공장을 짓지 못한다"는 정쟁용 장벽을 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법과 예산으로 물길과 송전탑을 뚫어줄 테니 기업은 안심하고 들어오라"고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준석은 인프라가 가장 좋다는 용인조차 첫 팹 가동에 6년이 걸렸다며 호남 투자의 속도와 실현 가능성을 깎아내렸다. 그러나 이준석은 용인 클러스터가 왜 6년이나 걸렸는지, 본질을 고의로 은폐하고 있다. 수도권 클러스터가 겪는 극심한 정체는 지자체 간의 이기주의(용수·전력 갈등)와 수도권 규제 해소의 한계, 그리고 토지 보상 분쟁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해묵은 잣대로 지방의 잠재력과 속도를 재단하는 것이야말로 '수도권 우월주의'적 독선이다.
유승민은 물 외에 인력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다그친다. 묻고 싶다. 인력과 소부장 업체가 없으니 지방에는 영원히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안 된다는 뜻인가? 삼전닉스라는 앵커 기업(협력사를 끌어들이는 핵심 기업)이 둥지를 틀어야 관련 소부장 협력업체들이 내려오고, 그래야 지역 대학에 인재가 모여드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한가한 말장난으로 지방을 영원한 대기업 투자의 불모지로 남겨두자는 주장은 무책임의 극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호남에 입지 조건만 된다면 반도체 단지가 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보수 정치인 중에서 유일하게 균형감각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장치 산업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맞다. 그렇기에 오늘 시작해야 한다. 10년짜리 사업을 내일로 미루면 10년 후에도 시작하지 못한다. 용수가 부족하면 용수량을 늘이면 된다. 인력이 부족하면 인력을 키우면 된다. 인프라가 미비하다면 인프라를 깔면 된다.
정치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의 상생이다. 수도권과 영남권, 충청권에 투자가 편중되는 동안 호남은 소외되었고, 그 결과는 참혹한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이었다. 이번 메가 프로젝트는 국가의 신성장 동력을 남부권으로 확장하여 대한민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단비와 같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개가 짖어도 열차는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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