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코 앞까지 ‘반도체 난타전’… 정치 입김에 ‘산넘어 산’

권순욱 2026. 6.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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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최적지’ vs ‘경기 전력난’… 입지 공방 속 李대통령 SNS 맞대응
영산강·섬진강 용수 부족 이견에 기후에너지부 “공급 능력 충분” 반박
야권 “K·미르재단식 팔 비틀기” 공세에 정부 “정당한 행정지도” 선긋기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발표가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정치권이 격렬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기업의 비즈니스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입지 선정을 넘어 현 정부의 산업 정책을 놓고 벌이는 전면전 성격을 띄고 있어 향후에도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투자 계획이 실제로 집행되기까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선정의 정당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주말 동안 SNS에 총 6건의 글을 올리며 폭풍 맞대응에 나선 데 이어 이날도 글을 올려 “호남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협조해주고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 갈라치기나 지역 갈등 조장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서남해안이 장기 소외된 탓에 역설적으로 광활하고 안정된 가용 토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수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까지 갖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최첨단 미래산업의 세계적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그는 수도권의 용수와 전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지적하며 “제2의 대규모 집적단지를 초고속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뤄내고 뿌리 깊은 지방차별과 영·호남 갈등을 완화할 국가적 대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을 속이려 든다”며 “2023년에는 전력이 덜 드는 후공정 패키징이었고, 지금은 전력이 엄청나게 필요한 전공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투자를 이미 자기가 결정했다고 고백한 꼴”이라며 “이 대통령이 삼성, SK 주주나 이사냐”라고 따져 물었다.

인프라 핵심인 용수 공급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과 전문가들은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의 유량이 부족해 하루 수십만 톤 이상의 산업용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다목적댐의 여유 유량과 하수 재이용수 시스템을 연계하면 용수 공급은 전적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관치 경제와 주주 권리 침해 논란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대기업 팔 비틀기 구태가 재연됐다”며 직권남용을 거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책을 접한 기업들이 이사회 검토 끝에 내린 자율적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기업 성과급 파동과 맞물려 소액주주 권익 배려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대규모 투자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29일 예정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풍 속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어떤 공식 입장과 로드맵을 표명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투자 계획이 발표되더라도 예산 심사와 특별법 제정 등 난관이 많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정치가 깐 멍석이 도리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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