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무관심·쇄신요구"…8년만의 월드컵 조기 탈락에 민심 '싸늘'
무기력한 졸전에 짙은 허탈감
실패 계기로 축협 개혁 요구도
도마 위 오른 홍명보 감독 거취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이 결국 좌절되면서 지역 축구팬들의 민심도 싸늘하게 식었다.
28일 오전 조별리그 K조 경기 결과에 따라 조 3위 팀 간 경쟁에서 대표팀이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나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짐을 싼 것은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무려 8년만이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32위권 밖으로 밀려난 처참한 성적표를 마주하자 지역 축구 팬들에서는 분노부터 체념 그리고 축구협회를 향한 날 선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허탈감으로..."차라리 관심 안 가져"
주말 아침부터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대표팀 32강 진출에 영향을 주는 K조 우즈베키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국가대표팀 경기를 빼놓지 않고 응원해 온 박석진(33)씨는 "좌절할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지만 이번 월드컵 경기들은 전술적 역량과 위기 대처 능력은 찾아볼 수 없는 무기력한 졸전들이었다"며 "과거 월드컵 무대에서 강팀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보여줬던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조직력이 완전히 실종된 것 같아 오랫동안 대표팀을 응원해 온 팬의 한 사람으로서 배신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미 국가대표팀을 향한 기대를 접고 일찌감치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지역민들도 있었다.
대표팀의 3차전 패배를 지켜본 이후 월드컵 관련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는 김대건(37)씨는 "사령탑 선임 과정부터 끊임없이 잡음이 일었고 2, 3차전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솔직히 어느 정도 탈락할 줄 알고 마음을 비웠다"며 "하이라이트 영상조차 챙겨보지 않고 다른 팀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선택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현명한 길이었던 것 같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잘 됐다" 곪은 상처 도려낼 기회
이번 뼈아픈 실패를 오히려 한국 축구의 곪은 상처를 제대로 도려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날 선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배모(43)씨는 "사력을 다한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거시적인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며 "만약 이렇게 주먹구구식인 준비 과정을 거치고도 운이 따라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자신들의 과오를 성적 뒤에 숨긴 채 개혁을 철저히 외면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까지 계약된 홍명보 감독 거취 '눈길'
한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안은 대표팀은 현지에서 남은 일정을 정리하고 수송 편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향후 계약 조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당초 계약 기간은 오는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로 현재 약 반년 이상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