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관광대국’ 스페인, 전국 46개 공항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 효율·서비스 품질 높였다

마드리드(스페인)=김광수 기자 2026. 6. 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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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에나, 전국 46개 공항 통합 네트워크 구축
5년 단위 투자·이용료 합의로 예측 가능 경영 실현
공항공사 통합 따른 ‘규모의 경제’는 국민 편익 향상
‘스페인 공항운영 그룹(AENA·아에나)’이 운영하고 있는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에 25일(현지시간) 여객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연간 1억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 2위 관광대국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관문 역할을 하는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을 25일(현지시간)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했다. 공항에서 만난 루이스 트리아나 바라하스 공항 T4 운영관리처장은 “스페인 전역의 46개 공항을 세계 1위 공항운영기업인 ‘스페인 공항운영 그룹(AENA·아에나)’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카나리아제도의 외딴섬이든 양대 대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는 여행객 모두 동일한 보안검색 장비와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아에나가 여러 공항을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통합 네트워크’ 체계가 만들어 낸 운영 효율과 서비스 품질은 특정 공항이나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가고 있다. 아에나는 지난해 여객 3억 8480만 명, 매출 64억 유로, 순이익 21억 유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활약으로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항공 운송 부문의 기여도는 5.9%에 이른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운영 양대 공사의 통합을 비롯해 ‘공항 운영체계 선진화’를 고민하는 한국에게 35년 앞서 그 길을 걸어온 아에나가 주는 시사점은 참고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아에나는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태동했다. 그 전까지 스페인 공항들은 교통부 산하 국립공항기관이라는 전형적인 관료 조직이 운영했다. 문제는 돈의 흐름이었다. 공항이 면세점·주차장으로 번 상업 수익이 공항에 남지 않고 국고로 먼저 귀속됐다. 인프라를 확장하려면 매번 예산 당국의 승인을 기다려야 했고, 1980년대 후반 유럽을 휩쓴 항공 자유화에 공무원 조직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올 올림픽 여객을 낡은 관리체제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스페인 정부는 1991년 6월 독립 공기업 아에나를 출범시켰다. 아에나가 관리하는 스페인의 46개 공항은 전 세계 89개 국가와 연결돼 있고 162개 항공사가 388개 목적지에 3592개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아에나는 2015년에 지분 49%를 증시에 상장(IPO)해 민간 자본과 글로벌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다만 국가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상위 네트워크를 일원화해 통제하면서 ‘공공성’은 그대로 남겼다. 그 결과 매출액은 지난 2019년 45억 330만 유로에서 2025년 63억 792만 유로로 40% 이상 증가했다.

안헬 산스 ‘스페인 공항운영 그룹(AENA·아에나)’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에서 아에나에서 관리하고 있는 스페인 46개 공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아에나가 보여 주는 가장 앞선 제도는 ‘공항관리계획(DORA)’이다. 아에나는 5년 단위로 정부·규제당국과 사전에 협의해 향후 5년간 전국 공항에 투입할 투자액(CAPEX)과 그에 연동되는 공항시설사용료를 중장기 계획에 미리 반영한다. 그 수치는 객관적인 항공 수요 예측과 공항별 인프라 진단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안헬 산스 아에나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는 “DORA는 아에나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항공사들에게도 향후 5년 동안의 경영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이용자에게는 최적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만든 차이는 숫자로 증명된다. 안달루시아의 휴양 도시 말라가 공항이 대표적이다. 26일(현지시간) 말라가 공항에서 만난 후안 마누엘 코르도베스 운영기획처장은 “아에나는 사전에 계획된 제3여객터미널(2010년)과 제2활주로(2012년)를 적기에 완공했다”며 “그 결과, 연 1200만 명 안팎이던 말라가공항 여객은 라이언에어·이지젯·부엘링 등 유럽 주요 저비용항공사(LCC)가 거점으로 삼으면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말라가공항은 2024년 들어 여객 수가 전년 대비 11.5% 증가한 2492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해 스페인 4위 공항으로 올라섰다. 미리 확보한 용량이 새 항공편과 관광객,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단일 운영의 힘은 규모의 경제를 이끌었다. 스페인 46개 공항을 아에나가 운영하면서 인사·총무·조달·계약 같은 관리 기능의 중복을 걷어내고 보안검색 장비나 수하물 처리 시스템을 전국 물량으로 한꺼번에 사들였다. 산스 이사는 “단일 운영사의 ’바잉 파워(구매 협상력)‘를 통해 공항 운영의 수익성을 최대화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다져진 경쟁력은 국경 밖으로도 뻗어 나간다. 아에나는 브라질의 다수 공항과 영국 런던 루턴공항 등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항운영사이기도 하다. 본토에서 쌓은 운영 노하우와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공항 운영권을 잇따라 따내며 ‘공항 수출 산업’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스페인 공항운영 그룹(AENA·아에나)’가 운영하고 있는 마드리드 바라하스공항이 25일(현지시간)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광수기자

아에나의 35년 역사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한국공항공사는 현재 전국 14개 공항을 한 회사가 운영하며 보안검색 장비와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들이는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통합이 더해질 경우 협상 테이블에서의 힘은 한층 강화된다.

공항 운영사 통합 여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 공항 산업 전체의 미래와 국민 편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교훈을 아에나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산스 이사는 “아에나의 사례가 한국에 무조건 적용돼야 할 최고의 모델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해외 공항 운영사의 여러 사례의 장점을 잘 취합해 한국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들어 내는 도전을 해달라”고 조언했다.

마드리드(스페인)=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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