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공방, 국민의힘 왜 지금 문제 삼나

손유지 2026. 6. 27. 20:4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 이재명 "하루 100만t 공급" 용수 논란 정면 반박
국민의힘 "왜 호남인가" 입지 기준 공개 압박
국가전략사업 정치 공방에 산업 경쟁력만 흔들
29일 투자 청사진 공개 앞두고 여야 충돌 격화
[지데일리]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이 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정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의보다 지역 프레임과 정치적 공세가 전면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제공

특히 국민의힘은 호남 입지 선정 과정의 객관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제시한 산업적 근거와 인프라 계획에 대한 검증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산업용수 공급 가능 여부였다. 야권 일각에서는 호남 지역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기에는 물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호남권의 용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으며 하루 최대 100만t 규모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용수 공급은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미 관련 수자원 확보와 기반시설 구축 방안까지 검토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왜 하필 호남이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힘은 전력망, 산업용지, 전문 인력 확보, 물류 접근성 등 객관적인 평가 기준과 입지 선정 과정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국가 전략사업인 만큼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막대한 국가 재정과 민간 투자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국민에게 합리적인 근거를 설명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만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는 객관적 검증보다 지역 대결 구도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흐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첨단산업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모습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 정책은 과학적 데이터와 경제성,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다가 호남이 새로운 국가 전략산업 후보지로 거론되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성장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정책 목표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인구와 산업 편중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거점을 육성하려는 시도까지 정치적 논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미래 산업 전략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국민보고회에서는 정부의 반도체와 AI 투자 청사진이 공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사업이라고 강조하며 야권의 정치 공세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외압이 개입된 사업이라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국가 첨단산업 경쟁은 이미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이 대규모 지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마저 지역 논쟁에 매몰된다면 산업 경쟁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입지 선정 근거와 인프라 계획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힘 역시 지역을 앞세운 정치적 공세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