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이야기가 맛있고, 최민식·최현욱 연기가 미쳤어요 [OTT리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소설 한 권 쓴 걸로 교수랍시고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허문오(최민식)는 십수 년 전 유명 작가이자 친구 김수훈(허준호)에게 당한 모욕감을 학생들이 쓴 글에 악평에 가까운 합평으로 푼다. 그러던 어느 날 허문오는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있던 소년, 이강(최현욱)의 글에서 빛나는 천재성을 발견한다.
이강의 글이 자신의 해묵은 열패감을 씻어줄 유일한 동아줄이라 믿게 된 허문오는 점차 그의 이야기에 집착한다. 이강을 통해 과거의 굴욕을 갚아주려는 허문오의 위태로운 계획은 서서히 예측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일지, 허구와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허문오와 이강의 문학 수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극본 장명우·연출 김규태)는 동명의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우리들의 블루스’ 등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최민식 최현욱 허준호 김윤진 진경 등이 출연해 신뢰를 더했다.
작품은 초반부에 허문오라는 인물의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꽤나 공을 들인다. 그가 왜 김수훈 앞에서 지독한 열패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억눌린 감정이 어떻게 이강의 글을 향한 광적인 집착으로 변모하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덕분에 시청자는 허문오라는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을 응원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느끼는 질척한 감정선만큼은 깊이 이해하며 극에 빠져들게 된다.
허문오에 대한 빌드업이 마무리되면, 작품은 본격적으로 현실과 소설 속 세계가 교차하는 이중 구조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작품 속 현실과 이강이 써 내려간 이야기의 경계를 미묘하게 다른 무드와 톤으로 구현했다. 이 경계는 극이 전개될수록 점차 모호해지며 진실과 거짓 사이의 혼란을 야기하면서 서스펜스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 역시 허문오의 시선에서 이강의 다음 글을 기다리게 하며, 이는 극에 대한 몰입과 흥미로 직결된다.

반전 역시 '맨 끝줄 소년'에 몰입하게 만드는 큰 힘이다. 뜬금없는 반전으로 시청자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앞선 서사 곳곳에 교묘하게 깔아둔 뉘앙스들이 뒤늦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구조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합리적 의심들이 현실로 드러나는 과정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며, 덕분에 작품은 억지스러운 느낌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모든 서스펜스가 가능한 건 단연 최민식과 최현욱의 열연 덕분이다. 최민식은 김수훈을 향한 열패감, 첫사랑이자 김수훈의 아내인 안은주(김윤진)를 향한 집착, 그리고 제자의 천재성을 질투하고 탐내면서도 그의 다음 글을 갈망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해 냈다. 최민식의 압도적인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맨 끝줄 소년’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최현욱 역시 대선배 최민식에 밀리지 않는 단단한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속내를 가늠하기 힘든 미묘한 표정 변화와 감정의 진폭이 적은 이강이라는 인물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완성했다. 찰나의 눈빛만으로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매 순간 의심하게 만드는 최현욱의 섬세한 열연이 몰입을 돕는다.
더불어 허준호 김윤진 진경 이진우 한지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완벽하다. 촘촘하게 얽힌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주요한 동력이다.
물론 관음을 기반으로 한 이강의 창작 방식과 묘하게 거부감을 자아내는 허문오의 캐릭터 설정은 시청자에게 다소 불쾌감과 불편함을 안길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맨 끝줄 소년’의 전부는 아니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초반의 불편함은 놀라움으로, 불쾌함은 카타르시스로 뒤바뀌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맨 끝줄 소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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