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대전' 임박? 내부 분열 부추기는 정치 유튜브 시대

박재령 기자 2026. 6. 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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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저널리즘의 오늘] ④
'수박', '개딸', '문조털래유' 당파적 분열과 유튜브
기성 언론도 유튜브에선 '계파갈등' 강조 썸네일
진영 내 조롱만 남는 '블러드스포츠' 해외도 같아
도덕적 우위 경쟁, 순혈주의만 남는 '순수성 나선'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2026년 6월8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 갈무리. 왼쪽이 오창석 이사장.

“어떻게 XX 그따위로 얘기를 합니까. 사전투표 날에?” (이동형TV, 2026년 6월8일)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이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비판하며 욕설을 뱉는 장면이다. 진보 진영의 지식인이라 평가받는 유 작가에게 친여 성향의 인사가 비속어까지 사용해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진영 내 갈등이 유튜브를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이를 보는 지지자들의 감정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특정 계파를 내세운 정치·시사 유튜브가 진영 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의 정치 방송이 당내 이견을 억압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유튜브 시대가 진영 내 '순수성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당시 드러났던 유튜브발 '내부 갈등'

지난 2월, 대한정치학회보에 <유튜브와 당파적 분열: 유튜브 시사정치채널 분석을 중심으로>(장우영, 송경재) 논문이 실렸다.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상위 20개 유튜브 채널에서 2022년 4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게시된 영상을 분석해 진영 내 갈등이 유튜브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유튜브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국면에서부터 내부 갈등 영상을 쏟아냈다. 평시보다 3배에서 6배 정도 빈도가 높았다. 영상 제목부터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경우가 많았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279회 이재명을 구속시킨다고?, 전현희의 불화살, 양평종점의 기원>(딴지방송국, 2023년 9월15일), <[이이제이x라이브!] 이제부턴 조금 다를걸? 수박들 큰일 나서 어떡해ㅋㅋㅋㅋ?>(이동형TV, 2023년5월24일), <[본] 이재명체포동의안찬성한자들은역사의죄인이자배신자>(새날, 2023년9월21일) 등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023년 2월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썸네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인명을 제외하면 △민주당 △수박 △개딸 △비명 순이었다. 논문은 “민주당의 계파갈등을 반증한다”고 분석하며 “이견 집단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정치의 전체주의적 동향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을 포함하는 주류 정당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논문은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경향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유튜브는)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경쟁의 자원으로 동원되어 정파주의의 첨병으로 활용됐다. 대표적으로 주류 계파 후보들이 공천의 전위대로 역할하여, 다수의 권리당원이 포함된 구독자와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소구했다. 특히 인물평 및 자체 공약 평가와 여론조사 등을 활용해서 비주류 계파 후보를 비하하는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더욱 자극적인 혐오와 분열 표현이 범람했다.”

기성 언론도 유튜브에선 '계파 갈등' 강조 썸네일

현재의 유튜브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유튜버가 특정 계파의 선봉장으로 뛰고 있다. 당정 갈등 국면에서 김어준씨는 '친청', 이동형씨는 '친명'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두고 김씨는 “코어 지지층이 팔짱을 껴버린 것”이라고 해석했고 이씨는 “흔들리면 코어층인가. 연성 지지자니까 흔들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시사 유튜브가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은 복합적이다. 선정적인 단어와 혐오표현으로 감정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섣부른 정보를 확산시키기도 한다. 지난 17일 장인수 기자는 친청계로 분류되는 박시영TV에 출연해 친명계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이 정부광고를 받고 진영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를 냈고, 친명계로 분류되는 패널들은 장 기자가 가짜뉴스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파 갈등을 드러내는 썸네일과 제목도 반복되고 있다. <[당산동카페] 신나고 절박하지 않았던 이유? / 누가 원팀 깼나? '뉴이재명' 끝내야! (ft. 김대호)>(박시영TV, 2026년 6월4일), <[ ] >(이동형TV, 2026년 6월21일), <조선일보도 안할 일을 한 김어준.. 뉴스공장의 위험성 드러났다>(고발뉴스TV, 2026년 6월11일) 등이다.

▲ 2026년 6월2일 한국일보 유튜브 '이슈전파사' 썸네일.

지면에선 계파색이 강한 사설을 쓰지 않는 기성 언론도 유튜브에선 계파 갈등을 강조한다. <“이잼이 뭘 잘못한거죠?” 딴지게시판 보고 충격받은 시청자들>(경향신문 유튜브 경향TV, 2026년 6월19일), <ㅁㅈㅌㄹㅇ(문조털래유) 카르텔 “실체가 확인됐다”>(한국일보 유튜브 이슈전파사, 2026년 6월2일) 등의 제목과 썸네일이 일례다.

지난 2월 논문을 냈던 송경재 상지대 지역혁신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그때보다 지금 더 (논문 내용이) 유효한 것 같다”며 “당시엔 진영 및 세대 갈등으로 유튜브 공간이 양극화됐다면 이젠 같은 진영 내에서 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계파 갈등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이젠 유튜버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과거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성 언론이 행위자로 활동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유튜브는 그런 제약을 더 받지 않으니까 노골적으로 특정 입장을 강조하면서 지지자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원래 이교도는 용서가 되도 이단은 용서가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간의 갈등이 유튜브라는 전쟁터에서 극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성 잃고 '순혈주의자'만 남는 '순수성 나선'

영국의 언론인 개빈 헤이즈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우위 경쟁'을 '순수성 나선'(The Purity Spir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한 번 궤도에 빠지면 멈추지 않고 가속화되며, 정답의 범위가 좁아지다가 결국 파멸하는 것이 '나선' 같다는 것이다. 개빈 헤이즈는 2020년 2월 영국 잡지 '스파이크드'에서 이를 “뉘앙스나 의심, 약간의 이견이라도 표현할 경우 처벌받는 피드백 메커니즘”이라며 “브레이크 없이 벌어지는 도덕적 우위 경쟁이 집단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 과정”이라고 했다.

지지자들끼리 결집하는 정치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순수성 경쟁'은 심화된다. 집단이 대중성을 잃고 '순혈주의자'만 남는다는 지적이다. 개빈 헤이즈는 “과거에 우리 문화가 이를 막기 위해 구축해두었던 완충 장치(관용, 대화 등)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가장 깊고 어두운 부족주의적 본능이 새로운 방식으로 표면화되도록 허용됐다”고 했다.

▲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극우 성향의 뉴미디어 브라이트바트가 미국 폭스뉴스의 보수적 정체성을 공격하며 선명성 경쟁을 한 것이 비슷한 예다. 2018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발간된 '네트워크 프로파간다' 책에 따르면 브라이트바트는 폭스뉴스가 이민자 문제에 온정적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 등 보수 기득권 세력과 결탁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미국 대선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니라 뉴미디어와 주류 언론으로 상징되는 공화당 내부 계파 교체의 결과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 비영리기관 '데이터 앤 소사이어티'는 2019년 <대안적 영향력: 유튜브 내 반동적 우파의 방송> 보고서에서 계파 갈등이 유튜브 시장에서 '인터넷 블러드스포츠'(Internet Bloodsports)라는 장르로 재탄생했다고 밝혔다. 유튜버들끼리 서로 조롱하고 지지자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소비돼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념이 같은 유튜버들끼리 협업하고 게스트를 공유하는 행태가 이념적 급진화를 촉진한다는 것인데, 이는 계파별로 출연진이 겹치는 한국의 유튜브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현상이다.

송경재 교수는 “예전에는 계파 갈등이 언론사 칼럼이나 취재 기반 기사로 노출됐다면 이젠 본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버리니까 더 가속화되고 정제되지 않는 것”이라며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도 극우 세력의 주요 진지가 유튜브인데 똑같이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지구적인 양극화 현상에 소셜미디어가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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