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다 드러나지 않았다”···구호단체가 본 재난 현장[베네수 강진]
현지 시장서 조달 중인 구호물자 ‘고갈 임박’
공군 시설 이용 등 항공 운송로 확보 절실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현지 구호단체들은 구호물자 조달 및 피해 지역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어런 도널리 국제구조위원회(IRC) 위기 대응·복구 및 개발 담당 수석 부총재는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이 피해 복구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리 부총재는 26일 오전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물이 무너지고 모든 것이 파괴됐다”며 여진 우려로 현지 직원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구조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지역도 많다고 했다. IRC는 베네수엘라 현지에 직원 40여명을 파견해 약 5년째 원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지진으로 통신망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붕괴했다. 드러난 참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도널리 부총재는 “통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지에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 상황이 알려지게 되면 우리는 이번 대재앙의 규모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사상자 수 등 피해 규모는 “저평가된 상태”라는 것이다.
공항 등 핵심 교통망이 폐쇄되며 구호물자 전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의 구호 단체들은 현지 시장에서 구호 물품을 조달하고 있다. 도널리 부총재는 “현지 물품도 곧 고갈될 것”이라며 “인프라가 취약한 베네수엘라에서 ‘물류 위기’가 하나의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카라카스 인근 공군 시설 중 한 곳이 구호물자 수송에 이용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충분치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시설에서 가능한 수준의 물류 흐름을 군사 시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는 육로 및 해상 운송도 선택지로 거론되나 공항에 비해 신속한 수송에는 불리하다.

도널리 부총재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 “수년간 베네수엘라가 겪어온 정치·재정적 위기”를 고려해야한다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네수엘라가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지진 피해 복구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압송 작전 이후 임시정부 체제로 운영됐다. 석유산업 붕괴와 초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는 “약 3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콜롬비아로 이주했다”며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식료품값이 비싸 음식을 구매하지 못하거나 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공여국의 해외 원조 삭감 여파까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도널리 부총재는 “최소 20개 구호단체가 베네수엘라에서 활동을 축소하거나 사무소를 폐쇄했다”며 “구호 활동의 어려움이 한층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유엔은 베네수엘라의 긴급한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에 6억3200만달러(약 9800억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지원은 이 중 약 23%에 그쳤다. 지진 발생 이전 유엔은 베네수엘라 주민 약 8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이라고 추산했다.
국제 사회가 앞다퉈 내미는 구호 지원의 손길은 반가운 일이다. 그는 미국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1억5000만달러(약 2318억원) 규모의 원조 제공 계획에 대해 “환영할 만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충분치 않은 금액이지만,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의 원조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구호 단체는 주민의 일상 복귀 및 회복, 사회적 보호망 구축과 재건 등 수색·구조 이후 단계를 준비 중이다. 진짜 재난은 사고 수습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경험칙이다. 도널리 부총재는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지진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지역도 있다”며 이는 주민과 베네수엘라 정부 모두에게 “큰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속도와 규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주도 아래 국제사회의 협력이 조율돼야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구호단체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 통관 절차, 각종 승인 등 행정적 장벽을 줄이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261235001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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