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6·25 맞춰 탄도미사일 쐈는데… 軍, 몰랐나 숨겼나

권순완 기자 2026. 6. 27. 0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하루 지나 뒷북 발표
북한이 26일 공개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화성-11라’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6·25 전쟁 발발 76주년이 된 지난 2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하면서, 우리 군이 당일 발사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위반되기 때문에,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착하는 대로 이를 언론에 공개해 왔다. 합참은 발표가 없었던 이유를 묻는 취지의 본지 질의에 “포착한 발사체들의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답했다. 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지 못했어도 문제고, 다른 이유 때문에 발표하지 않았어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이 조직한 ‘중요 무기 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40㎜ 24관식 방사포, 155㎜ 평·곡사포 사거리연장탄과 함께 ‘전술 탄도미사일’의 특수 탄두 시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사일이 발사대에서 솟구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발사대 형태 등에 비춰봤을 때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인 ‘화성-11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통상 우리 군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곧바로 공지해 왔다. 지난달 26일 오후 1시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합동참모본부는 오후 2시 15분 언론에 “평안북도 정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된 근거리 탄도미사일 등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 1시간 여 만에 탐지 사실을 알린 것이다. 지난 4월 19일엔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 지 약 7분 만에 그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이 조직한 중요 무기시험을 참관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그러나 25일 합참은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았다. 26일 오전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후에야 “우리 군은 6월 25일 북한 동부 지역에서 발사된 방사포 등 십여 발을 포착하였고, 세부 제원은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방사포 발사는 확인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우리 군의 탐지 자산으로 북한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그 제원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은데, 하루가 지나도록 명확한 판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신 사무총장은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궤적이 혼동됐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의 ‘섞어 쏘기’를 하면서 군이 곧바로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북한이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을 섞어 쐈을 때 군은 곧바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착했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은 북한 측 발사체의 정확한 제원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런 분석 능력이 어떤 이유에선지 미흡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 우위가 안보 우위”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新)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에 참석해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기술 우위가 곧 안보 우위”라며 “대한민국이 전통적인 방산 강국에서 글로벌 신안보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국가 차원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1

일각에서는 군이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군이 탐지, 분석에 실패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6·25 기념식에서 평화를 강조한 당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공개하기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기념식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싸울 필요도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발언으로 지난 4월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 우리 군의 분석 능력을 떨어뜨렸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 사무총장은 “북한 미사일의 제원은 레이더와 위성 정보 등을 종합해 분석하는데, 미국의 위성 정보가 일부 제한되면서 군의 분석 능력과 속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은 “한미 간의 정보 교환은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