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업 팔 비틀기" vs 與 "미래 발목잡기"…'호남 반도체' 전면전

이승원기자 2026. 6. 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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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정치적 계산 매몰돼 무리한 압박"
오세훈 "강성 지지층 겨냥한 정략적 폭주"
한동훈 "박근혜 미르재단과 다른게 뭔가"

김민석 "경제 전쟁 앞에 정치 공세로 방해”
강준현 "호남권 국한 아냐…노력 폄훼 말라"
박지원 "호남 투자는 지방 주도 성장 첫걸음"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광주·전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흘러나오자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입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TK와 PK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은 이른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설'을 연결고리로 "지역 차별"이라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균형발전 노력을 폄훼하지 말라"고 맞서면서 여야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국회에서 정책위원회와 고동진·김미애 의원 주최로 '4류 정치가 일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를 주제로 반도체 민간 전문가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시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도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경제적 고려 없이 전당대회 같은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입지와 투자는 기업의 전략적·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도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에 정치권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고 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부지 선정과 검토에 보통 5∼7년이 걸리는데,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에너지원이 풍부한 남쪽 지역으로 기업이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 이후 호남 투자 이야기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공식화됐다"며 "정치가 일류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력 수급 문제를 지적하며 "삼성 용인 국가산단 팹 6개가 10GW, SK하이닉스 팹 4개가 5.5GW를 필요로 하는데 전국에서 가장 큰 새만금 태양광단지의 설비 용량은 0.3GW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성명을 통해 "호남 반도체 투자 가능성의 배후에 김용범 정책실장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김 실장의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들이 혼란에 빠지고 지역감정이 다시 분출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표 계산을 위해 대기업의 팔을 비틀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국정운영의 사유화"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산업의 생존 조건인 전력·용수·인재 확보는 무시한 채 선거용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무책임한 개입으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의 검찰 적개심에 편승해 국가 사법 시스템마저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권이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 전당대회 총알로 쓰기 위해 삼성·SK 총수를 줄줄이 불러들여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에 지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강압에 굴복한 총수들이 '그러겠다'고 하면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포장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이 총수를 압박해 투자 결정을 내리게 하면 주주들은 그대로 따라가야 하느냐"며 "권력에 취약한 총수들만 압박해 결정을 내리면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자산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 압박에 굴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면 개정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의원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윤재옥·김승수·권영진·이만희·임종득·최은석·김기웅·이진숙·우재준·이상휘 의원 등은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회견문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 각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패권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린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과 기업, 국가 경쟁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구미을을 지역구로 둔 강명구 의원은 "구미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전공정 팹과 대규모 클러스터로 확장해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완성해야 한다"며 구미 투자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기업이 시장 논리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며 "AI 시대 도래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뒤처지면 죽는다"고 반박했다.

김 총리는 "용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온 세계적 기업들의 결정을 정부의 압박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는 기업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성공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뿐이다. 경제 전쟁 앞에서 기업의 판단을 또다시 정치 공세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번영과 국가균형성장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핵심 국정과제"라며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이자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폄훼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이어 "경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밖에 보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국민과 미래를 생각하며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업에 대한 하명'으로 보는 주장은 한심스럽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을 저질렀던 원조 '직권남용당'답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 반도체 투자 유치는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 주도 성장의 첫걸음"이라며 "기업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대한민국 분열과 민주당 전당대회를 이간질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안도걸 원내부대표도 전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투자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경제적 판단의 결과"라며 "국민의힘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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