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못뛰고, 김민재는 팔 들고, 설영우는 고소 공지… 홍명보호 불화설이 급속도로 퍼진 이유 [2026 월드컵]
김민재 항명 논란… "수비 붕괴에 화났다" 진화에도 드러난 소통 부재
참사 직후 날아든 설영우의 '악플러 고소 공지'… 의도는 좋지만, 팬심 읽지 못한 최악의 타이밍
홍명보 감독 조차 "갑작스런 경기력 저하 당황스럽다" 토로

[파이낸셜뉴스]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0-1의 무기력한 패배는 그라운드 위 조직력뿐만 아니라, 굳건할 줄 알았던 대표팀 내부의 '결속력'마저 산산조각 냈다. 자력 32강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홍명보호가 이번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불화설'과 '자중지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균열의 시작은 에이스의 작은 제스처와 엇갈린 입에서 출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후반, 교체 아웃되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인상을 찌푸리며 양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벤치의 지시에 항명하는 듯한 이 장면은 즉각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소통 부재'가 기름을 부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직후 "종아리 부상 때문"이라며 선수를 보호하려 했으나, 정작 김민재 본인은 믹스트존에서 "몸 상태는 괜찮다"며 감독의 말을 뒤집어버렸다.
결국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김민재는 입장문을 통해 "부상 우려로 자진 교체를 요청한 것이 맞고, 제스처는 벌어진 수비 간격에 화가 난 감정적 행동이었다"며 벤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해는 풀렸지만, 위기 상황에서 감독과 선수의 메시지가 엇박자를 냈다는 사실 자체가 팀 내 소통 체계의 불안정성을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 됐다.


선수들의 '감정 조절 실패'와 '타이밍의 엇나감'은 또 다른 구설을 낳았다. 역대급 졸전으로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 수비수 설영우 측이 돌연 악플러들에 대한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선을 넘는 인신공격성 악플은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처참한 경기력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시점에 튀어나온 '법적 대응' 카드는 팬들의 남은 애정마저 식게 만들었다. 여론의 흐름과 팬들의 상실감을 전혀 읽지 못한, 국가대표로서의 정무적 감각 부족이었다.

여기에 무엇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그런 인식이 팬들사이에서 퍼졌다. 기본적인 활동량에서 지난 체코전, 멕시코전과 확연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지난 멕시코전에서 한국은 남아공이나 체코보다 멕시코에 훨씬 더 잘 대응했다. 가장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런데 남아공전에서는 이길려는 의지도, 활동량도 그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팬들의 지적이다. 마치 클린스만 감독 경질의 도화선이 된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전을 보는 듯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당시에도 호주를 8강에서 격파하는 등 분위기를 타다가 4강에서 요르단에 어이없이 무너져내렸다.
이런 시각이 위의 사태와 겹쳐서 홍명보호의 내부 불화설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때보다 50배는 분위기가 더 낫다"라며 내부 불화설을 강하게 일축하면서도 "솔직히 왜 갑자기 3차전에서 이렇게 무너졌는지 코칭스태프도 당황스럽고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경기력 부진, 엇갈린 소통, 눈치 없는 타이밍, 그리고 길 잃은 리더십까지. 남의 나라 경기 결과에 목을 매야 하는 현실 속에서, 대표팀은 그라운드 안팎으로 상당히 어수선한 상태에서 마지막 경우의 수를 기다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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